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회한 속에 사무치는 그리움

心田農夫 2015. 4. 1. 18:15

 

 

 

.

단상 : 훠이훠이 하늘나라 가셨네.

 

이세상이 싫어서 일까

자식 하는 짓이 미워서일까

         밉단 말씀 한마디 없이

아른아른 아지랑이 타시고

꽃바람 따라 훠이훠이 하늘나라 가셨네.

 

세상이 싫으시면 세상이 싫다 말씀하시고

하는 짓 미우시면 미워 가신다 말씀하시지

미워서라는 말씀 한마디 없이

아른아른 아지랑이 타시고

꽃바람 따라 훠이훠이 하늘나라 가셨네.

 

이세상이 그다지도 싫으셨나요.

그렇게도 이자식이 미우셨나요.

나무라는 말씀 한마디 없이

아른아른 아지랑이 타시고

꽃바람 따라 훠이훠이 하늘나라 가셨네.

 

꼭 그렇게

이 세상 떠나야 하셨나요.

꼭 그렇게

이 자식 떠나야 하셨나요.

떠나신단 말씀 한마디

남기시면 아니 되시었나요.

 

꼭 그렇게

하늘나라 여행 가시고 싶으셨나요.

꼭 그렇게

아기천사 따라 가시고 싶으셨나요.

멀리 가신단 말씀 한마디

남기시면 아니 되시었나요.

 

꼭 그렇게

어머님이 보시고 싶어 먼 길 나서야 했나요.

꼭 그렇게

둘째아들 만나시려 모르는 길 떠나야 했나요.

만나보고 싶단 말씀 한마디

남기시면 아니 되시었나요.

 

포도 위로 한들한들 떨어지는 꽃잎이듯

푸른 하늘 뭉게구름 뭉쳐다 흩어지듯

맑은 강물 굽이굽이 흘러 흘러가듯

이런저런 한마디 말씀도 없이

아른아른 아지랑이 타시고

꽃바람 따라 훠이훠이 하늘나라 가셨네.

 

(제사는 안지내지만 삼우제하는 날에 산소를 다녀와 적었던 단상)

 

 

 

 

 

목련꽃이 활짝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리고는 마치 그 소임을 다하였다는 듯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던 그 어느 날 아버지는 병원 중환자실 차디찬 침대위에서 어느 자손하나 지켜보는 이 없는 가운데에 이 세상 삶을 내려놓으시고 아기천사 따라 머나먼 하늘나라 찾아 여행을 떠나셨다.

 

그날 몸살이 심하여 직장 앞 의원에 갔다가 링거주사를 맞으라해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다가 병원 측에서 곧 운명하실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는 내손으로 링거바늘을 뽑고는 서둘러 의원을 나서서 비상등을 켜고는 교통신호도 무시하면서 달려갔으나 이미 아버지는 아기천사를 따라 저 먼 곳을 향해 떠나신 뒤였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의 운명을 지키지 못하는 불효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떠나신 지가 언 팔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어제가 아버님의 기일(忌日)이었다. 기일이라 해서 어떠한 행사도 하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아 이 나이 먹도록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아버님의 첫 기일이 다가오면서 문뜩 보고 싶은 마음과 그냥 지낸다는 것이 왠지 허전하기에 제사라도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으나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고 답답하여 문중의 장손인 동서에게 제사에 대하여 물었더니 갑자기 왜 제사에 대하여 묻느냐고 한다.

 

그래 심정을 이야기 했더니, “형님, 제사라는 것이 차려야 하는 격식도 많고 손도 많이 가는데, 처형도 직장에 다니고 하니 제사라 생각하지마시고 생전에 어르신 좋아하시던 음식이나 간단히 장만하시고 가족이 나누어 먹으면서 기일을 보내세요.”하기에 오늘까지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함께 지낼 때에는 아버님 좋아하시는 떡도 준비를 하고 좋아하시던 음식도 장만을 하고는 식탁 한쪽에 지방(紙榜) 대신 아버님 사진을 가져다 놓고 음식을 나누며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일들을 회상하며 지냈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대학생이 되어 멀리 가있고 직장 때문에 떨어져 생활하는 집사람은 금요일 저녁에야 집에 오는데 어제는 퇴근하여 집으로 와서는 아버지 좋아하던 음식을 시장에서 사다가 차려놓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아버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아버님의 기일을 보냈고 집사람은 출근을 위해서 새벽에 집을 나서서 사택으로 돌아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딸들에게는 “오늘이 할아버지 기일이다. 우리는 제사는 안지내도 날은 기억하며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구나.”라는 문자로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기일을 생각하게 하였다.

 

사월의 첫날, 이곳에는 먹구름이 하늘 가득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이다. 날씨 탓일까? 생전에 아버지에게 효도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 때문일까? 오늘따라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28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