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놀이터로 놀러가는 길일세

心田農夫 2015. 8. 31. 17:12

 

 

 

 

 

自足(자족)

 

有天容我頂 有地容我足

유천용아정 유지용아족

 

有水兼有穀 自來充我腹

유수겸유곡 자래충아복

                                      - 정 약 용 지음 -

                                    

 

해의

하늘 아래 땅 위가 내 터전이다. 내 발로 못 갈 데가 없고

내 머리로 못 할 생각이 없다. 나는 천지간의 자유인이다.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 고프면 밥 먹는다.

굳이 아옹다옹하지 않아도 딱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베풀어주신다. 이 땅이 하늘 아래 배 곯을 일이 전혀 없다.

답답하지 않다. 부족하지 않다.

                                                        - 정민이 풀어 적음 -

                                                『한밤중에 잠깨어중에서

 

 

 

 

 

 

어느 분은 나보고 땅 파먹고 사느냐말씀하는 분도 있고 어느 분은 그래도 먹고 살만한 재산이 있으니 그렇지하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는가 하면, 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 “장가 잘 가서 마누라 덕 보고 사는 사람이다

 

땅 파먹고 사느냐고 말씀하시며 그래도 장사인데 본전은 받아야지, 이러면 다음에 못 오는데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은 내가 물품 대금을 안 받을 때 지인들이 하시는 말씀이고 다음에 못 오는데 하시지만 필요 할 때 다시 나를 찾아와 나를 기쁘게 한다.

 

그래도 먹고 살만한 재산이 있으니 그렇지”  “장가 잘 가서 마누라 덕 보고 사니 그렇지라고 말씀하는 분들은 늘 지인들에게 대금을 안 받는 것을 보고 하시는 말씀들이다. 그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시인도 부인도 구지 하지 않고 그런가?” 하며 웃으며 넘긴다.

 

 

 

 

 

 

느릅나무

 

산에는 느릅나무 있고 진펄에도 한 느티나무 있네

그대에게 옷이 있어도 입어서 떨구질 않고

그대에게 말과 수레 있어도 타지를 않고 몰지 않다가

가만히 죽는다면 다른 사람 좋은 일 시킨다네

 

산에는 북나무 있고 진펄에도 싸리나무 있네

그대에게 집이 있어도 물 뿌리고 쓸지 않으며

그대에게 종과 북이 있어도 두르지 않고 치지 않다가

가만히 죽는다면 다른 사람이 차지하리라

 

산에는 옻나무 있고 진펄에도 밤나무 있네

그대에게 술과 밥 있어도 어째서 날마다 비파 타면서

마음껏 기쁘고 즐거워하며 종일토록 지내지 아니하는가

가만히 죽는다면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차지하리라

 

해의

친구에게 시대를 즐기면서 살라고 권고하는 노래이다.

물건을 너무 아끼면 인색하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인색하면 진짜로 써야 할 때 쓰지 못한다.

쓰지 않은 것은 무덤으로 가지고 갈까.

지나친 인색은 삶을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심영환 옮김의 시경 중에서

 

 

 

 

 

 

사실 지금이 나에게는 경제적으로 제일 어려운 때이다. 두 딸아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등록금부터 시작하여 원룸 월세, 생활비 두 딸아이의 용돈 등, 일 년에 한 아이 당 2,100만원에서 2,300만원이 들어가니 두 아이에게 한해 들어가는 비용이 4,100만원에서 4,300만원이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한참 돈이 들어가고 있는 시기인데, 내가 하는 장사라는 것이 사양업종이다 보니 거의 수입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 때는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보다 수입이 조금 좋았지만 지금은 현상유지라고 할까?

 

즉 점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직장인들의 용돈정도라 할까? 쉽게 이야기하면 인건비도 안 되니 번다고 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절약을 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구입하지 않는다. 단 책을 사는 것 말고는 별반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퍼센트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4퍼센트는 아무리 걱정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걱정이라는 것이니 걱정을 한다고 뭐 달라지겠는가.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이날까지 큰 무리 없이 살아왔다. 오늘도 첫째아이 원룸임대료로 육 개월 분, 삼백삼십만 원을 주인에게 부쳐주었다. 매달 월세로 주면 좋으련만 주인이 육 개월 선불로 요구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했던가? 걱정대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살아진다.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사람들은 나의 직업을 장사꾼이라 한다. 그리고 장사를 하는 점포를 나의 직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여행자요, 나의 점포는 놀이터이다. 인생은 하늘나라에서 이 지구로 소풍을 온 것이라 하지 않던가. 소풍은 즐거워야 하는 것이리라.

 

나는 아침에 놀이터로 소풍을 간다. 놀이터에서 책을 보며 논다. 노느라면 여행객이 찾아오면 반간이 맞아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사례비를 받는다. 그러나 함께 소풍을 하는 지인에게는 사례비를 받지 않는 것뿐이다.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소풍을 올 때에 가지고 온 것이 없기에 소풍을 끝내고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에도 이 세상 것을 갖고 갈 것이 없는 것이다. 인생이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소풍 온 것이니 아름답게 즐겁게 보내다 소풍을 끝나면 저 세상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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