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한밤중 옛 추억과 나누는 커피한잔

心田農夫 2015. 9. 18. 19:41

 

직장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내다보니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에 일찍 출근을 하여 점포 문을 열어놓고 뒤 산에 올라 한 한 시간 반쯤을 걷고는 했었다. 장사라는 것이 근 13시간쯤 근무를 하다 보니 늘 퇴근은 늦고 그래서 일까 늘 잠자리에 드는 것이 자정이나 자정을 넘은 시각이다.

 

직장 뒤 산에 올라 아침 산책을 하려면 새벽 540분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차려 식사를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서야 직장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도 7시 정도 된다. 옷을 갈아입고 등산화를 신고 뒤 산에 다녀오면 9시 전후가 되고 그렇게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퇴근은 늦고 집에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혼자 살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오다보니 이젠 야행성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건강을 위해 산에 가는 것이 오히려 피곤을 가중시키는 것 같아 한 동안 산에 가지를 않았다.

 

 

 

 

 

다른 방안을 궁리하다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고 영일대 해수욕장 해안도로를 걷기로 마음을 정하고 걷기 시작한 것이 벌써 한 두어 달 정도 된다. 어제도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물 한 병 들고 평소와 다름없이 걷고 있는데

 

빗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더니 조금씩 내리는 비가 많아지기 시작을 한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지라 그대로 비와 함께하며 걷노라니 옷을 다 젖고 옷을 적신 비방울이 옷자락에서 다시 방울 되어 방울방울 떨어진다.

 

몸이 젖은 채 반환점을 지나 돌아오는 길에 해안가 불을 밝히고 서있는 커피숍, 그 안의 밝은 불빛이 창가에 마주앉아 있는 연인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비쳐준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서니 따끈한 커피 한잔 마셨으면 하는 순간 새까맣게 잊고 살았던 그날 일이 생생히 떠오른다.

 

 

                          <피오는 날 퇴근 길에 붉은 신호등에 정차하여 신호 대기 상태에서 윈도 브러시를 멈춘 상태에서 

                               차 앞유리를  통하여 촬영하였더니 환상적인 사진이 되었다.> 

 

단상 : 회상

 

                    碧 石

 

아련한 비가

어깨를 토닥인다

, ,

비는 추억

추억은 그리움

그리움은 기다림

기다림은 외로움

외루움은 허허로움

허허로움에 커피 한잔

커피향에 피는 아련한 모습

 

 

 

 

 

어느 날 살며시 다가와 손에 작은 쪽지를 쥐어주고는 돌아서 냅다 뛰어가던 하얀 교복의 단발머리 여고 삼년생, 이름은 배제인 그녀는 자신의 학교의 대장이었다. 훤칠한 키 당당하던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쪽지를 전하리라 상상도 못 하였는데,

 

그 쪽지에 적힌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흑석동에서 한강인도교를 지나서 용산까지 걷었던 그날 우리는 한강인도교 중간에서 갑자기 쏟아지던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걸었다. 한강인도교를 지나서 이천동으로 내려오려니 어둠은 더욱 짙어졌고 거리 지하 다방에서 솔솔 피어오는 커피의 향이 우리를 유혹하였다.

 

그녀는 교복을 입었으니 고등학생이 다방에 들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그녀가 사복을 입었다면 그녀를 누구나 대학생으로 인식을 하겠지만, 대학생으로 인식을 한다 해도 우리의 주머니는 너무 가나하기만 했기에 구수하고 따끈한 커피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만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던 시절이었고 다방은 물론 제과점에 들어가는 것도,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허용이 안 되었던 시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둑어둑하던 시간에 만나 마냥 걷었었던 것이었다.

 

그날 맡았던 그 커피향을 어제 다시 맡았다. 그 커피향이 아득히 멀어졌던 그 날을 생생히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졸업 후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 당시로는 특이했던 이름 제인, 그래서 그런 이름을 지었던 것일까? 그녀는 미국에 있는 친척의 양녀로 간다는 말을 했다.

 

 

 

 

빗물에 흠뻑 젖은 우리의 눈에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두 줄기의 흐르는 것을 감추느라 서로 다른 곳을 보며 걷다가 집에 가까이 오자 잘 가하는 한마디 허공에 내던지고 뛰어가던 그 모습이 왜 이리 생생히 오버랩 되어 다가올까?

 

집에 들어서자 그날 마시지 못했던 미련을 없애려는 듯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벗지도 않은 채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말해보았다. 제인아! 지금 잘 살고 있니 너무도 가난하던 시절 그 가난이 너무도 일찍 우리를 철 들게 하였었지. 미국엔 정말 가기 싫다던 너의 그 음성이 귀전에 맴도니 오늘밤 잠을 이룰지 못할 것만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