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어제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자니
여름에 푸르고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가지에 달랑 잎 하나가 애처롭게 매달려
불어오는 바람 앞에 달랑달랑 흔들리면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가지를 움켜지고 있는 모습에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던 젊은 시절이 떠오릅니다.
가난에 책 한권 맘 놓고 사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젊음만큼 꿈과 희망을 갖고 내일을 기대하며 살았던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운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계절은
무언가를 완성하고 감춰진 것을 무르익게 한다.
그렇듯 신은 우리를 채찍이 아닌 시간으로 길들인다.
- 발타지르 그라시 -
열두 장의 달력도 세월의 흐름 따라서
한장 한장 나뭇잎처럼 떨어져 사라지더니
오늘이 지나면 단 한 장의 달력만이
가는 세월의 그 빠름을 다시 상기시키겠지요.
올 한해 즐거웠던 일도 있었습니다.
올 한해 서러웠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세상사 살아왔던 열한달의 잊지 못할
삶의 보따리를 차곡차곡 추억의 창고에 쌓아올리는
마음으로 이제 마지막 잎새처럼 남은 한 달을 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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