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그래 떠나자, 떠나보자.

心田農夫 2015. 12. 8. 12:57

 

 

 

 

 

행복 같은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는 사랑받지 못했고 별자리는 내가 손닿을 수 없는 곳에서만 아름다웠으니까.

 

우리는 생활 앞에서 언제나 난처했고 뜨겁던 청춘은 지나가버렸고 버스는 손을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더 슬픈 건 청춘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것.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하지만 어떡해? 다시 길을 나서는 수밖에. 마치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듯 배낭을 꾸리고 신발 끈을 동여맸지.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생활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고

 

청춘‥‥‥

 

그래, 청춘은 지나갔기 때문에 식어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잖아?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최 갑수 지음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중에서

 

 

 

 

 

연말이라 한해가 또 떠나가면 한 살을 더 먹을 것이니 조금 더 늙은 축에 한발 들려놓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경기가 침체라 장사는 하루하루 갈 수 록 안 되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집하나 있는 것의 공시지가가 올랐다고(지들이 올려놓고), 수입이 조금 늘었을 것이라며(무슨 근거인지) 산정 점수가 몇 점 올랐으니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올린다는 통보를 받고 국민의 어려움은 생각지 않고 국민을 우려먹는 이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지만 그래서도 아니다.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햇빛을 차단하듯 시커먼 우울감이 마음에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상담사 1급의 자격이 있는 나이지만, 막상 나의 이 답답함은 그 어디에 이야기를 할 곳이 없음에 더욱 더 답답함이 쌓여가기를 이십여 일 지속되고 있다.

 

 

 

 

 

 

그런 중에 지난 유월에 함께 백두산에 여행에 동행했던 지인들이 술 한 잔 하자기에 나갔더니, 나만 속 빼놓고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단다. 왜 내게는 알리지 않았느냐 했더니, 한 친구가 그렇지 않아도 집사람이 형님과 함께 가라고 하는데, 그 형님 사업을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단다.

 

그 친구 말이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들은 포항제철 직원들이다. 그들은 연봉 1억을 받는 친구들인데다 휴가, 연가 등 자신에게 주어진 휴무를 내어 가면 되지만, 나야 가게 문을 열어야 단돈 몇 푼을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보니 평일에 며칠을 영업을 포기 하고 여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입장이지만, 좁은 사각의 공간에 앉자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에 잔뜩 낀 먹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도 걷힐 리 만무하기에 무한한 자연의 웅대함을 보라보면 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술이라는 것이 목구멍을 통과 하게 되면 간을 크게 하는지라,

 

 

 

 

 

 

! 나도 같이 가자했더니, “형님 가게는요?” 하기에, “, 죽으면 갖고 갈 것 없다. 오늘 위해 살아갈 뿐이지, 우리에게 어디 내일이 있냐.” “그렇기는 한데 날짜가 임박해서 될까? 일단 내일 여행사에 전화를 해 보세요.”한다.

 

다음날 출근을 해서 여행사에 전화를 했더니 6석이 남아 있단다. 여행금액을 입금하고 여권사본을 팩스로 보내란다. 그렇게 떠나는 막차 타듯 급하게 여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래 떠난다.

 

일행은 나의 여행 목적을 모른다. 자신들처럼 관광이 목적인줄 알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여행은, 나를 다시 찾기 위한 방황이다. 마음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먹구름을 대자연을 보면서 걷어보려는 작은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하와이에 가고 싶으세요?”

 

내가 되묻자 H 는 진찰실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 뒤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정말로 가고 싶습니다.”

 

여든이 넘은 환자 H 가 하와이에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두세 달 남짓, 평소 휠체어에 의지하는 그에게 그만한 기력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의지가 넘쳤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반짝거렸다.

 

선생님, 어떻게 안 될까요?”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딸도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간곡히 부탁을 했다. 그들의 굳은 결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위중한 환자가 해외를 여행할 때에 작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서류뭉치를 받아 익숙하지 않은 영문 작성에 열을 올렸다.

 

몇 주 후, 그는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과 다름없이 매우 지쳐 보였지만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좀 어떠세요?”

 

내 질문에 할아버지는 쑥스러운 듯 살짝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났다.

                                                              오츠 슈이치지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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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방황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쑥스럽지만, 가슴에 먹먹한 것을 담아둔 채 그냥 주저앉아 있기보다 방황이라도 해보자 마음먹고 떠나 봅니다. 돌아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진은 전에 제주도에 다녀와 올렸던 것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