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지금, 여기, 네가 있는데 어디서 너를 찾으려 하는가.

心田農夫 2015. 12. 22. 13:56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한 장 한 장 떨어져 나간 열한장의 달력에 담겨있던 나의 삶을 돌아보기 위한여행, 이 나이에 방황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쑥스럽지만, 가슴에 먹먹한 것을 담아둔 채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가 그래서 그냥 주저앉아 있기보다 방황이라도 해보자 마음으로 떠난 것이 이번 여행이었습니다.

 

논어위정편(爲政篇)에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나이 마흔에 세상에 미혹됨이 없게 되었다 하였고,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 하여, 예순 살에는 무슨 일이든 듣는 데로 순조롭게 이해를 하였다 하셨는데, 아무리 무지한 촌부이지만 이 나이에 방황의 여행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쑥스럽기는 쑥스러웠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막힌 벽만 있고 툭 트인 공간이 없다면 인간의 의식은 생기를 잃고 이내 시들어 버릴 것이다.

 

                           ------------- 중략 ----------

 

산마루에 올라 첩첩히 쌓인 먼 산을 바라본다. 아래서 올려다 볼 때와는 달리 시야기 툭 트이니 내 마음도 트이는 것 같다. 보다 멀리 내다보려면 다시 한층 더 올라가라는 옛 말에 실감이 간다.

 

우리 옛 그림에 선비가 언덕에 올라 뒷짐을 지고 멀리 내다보는 풍경이 더러 있다. 얼핏 보면 무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유심히 보면 그 안에 삶의 운치와 여유와 지혜가 들어 있다.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중에서

 

 

 

                           (무릉원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1334m라는데 운무가 정상까 덮여서

                                                                                   아래 사진과 같은  원시의 고고한 비경을 볼 수가 없었다.)

 

 

 

                             (다른 날 다녀오신 분의 사진을 복사 하여 올렸다, 운무 밑에는 이런 멋진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중국 호남성의 성도, 장사의 장가계이였습니다.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인생불도장가계, 백세기능칭노옹), 사람으로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장가계. 사진으로 접해보았던 터라 법정스님 말씀처럼 장가계 산마루에 올라 기암괴석으로 첩첩히 쌓인 봉우리들을 보노라면 먹먹한 가슴이 탁 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떠나던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이란 일상의 피로를 풀기위해 생활의 울타리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리라. 한문의 ()자를 보면 사람 ()과 나무()가 하나로 묶여있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여행을 하다보면 새로운 자연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렇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조우(遭遇)를 통하여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여행의 참다운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럼 마음을 가지고 떠나자 떠나보자 시작한 여행이었습니다.

 

 

 

                                 (저  운문 밑 1000m 이상 하는 멋진 많은  봉우리들을 전혀 보지 못하였으나

                                                                                                   운무 위를 걷는 기분은 신선이 된 듯 하였다,)

 

 

                            (다른 날 다녀 오신 분의 사진을 복사 하여 올렸다, 운무 밑에는 이런 멋진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혼자서 떠나는 여행. 만나는 모든 상황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깨지고 있다. 일상에서는 잘 보인지 않는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고 때때로 예상치 않게 멋진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한비야 지음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중에서

 

 

 

                                                        (빗 속에 보이는 산은 그 자태의 신비를 숨기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멋진 자태를 안보여 주었다.)

 

 

 

                                                          (다른 날 다녀 오신 분의 사진을 복사 하여 올렸다,

                                                                    운무 밑에는 이런 멋진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새로운 자연과 접하였지만,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했거늘 이순의 나이임에도 무슨 일이든 듣는 데로 순조롭게 이해를 못하는 어리석은 촌부의 철없는 방황의 여정이 괘심해서였을까? 산신들은 자신의 빼어난 모습을 운무에 가린 채 내어보여주기를 거부하였습니다. 한낮 어리석은 촌부에게 신비롭고 웅장한 자신의 고고한 자태를 내어 보여준다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하는 일이라 생각하였으리라 보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산신들의 심술(?)로 장가계, 원가계, 양가게, 태고의 신비를 고이고이 간직한 고고한 자태의 비경을 눈에 담아 간직하지 못하였고 , 천문산, 천문산사, 대협곡은 내리는 비로 인하여 자연의 운치를 만끽하지는 못하였지만, 그곳을 거닐면서 각인되지 못하는 발자취이지만 남겼고, 용황동굴을 둘러보면서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너무도 미약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천계의 산신이 자신의 고고한 자태를 아니 보여주시겠다, 하시니 이승의 미물이나 진배없는 나약한 인간이 어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거울을 통하여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보듯이 새로운 만남과 만남을 통하여 자신을 내면의 모습을 비추어 보므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이리라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을 비우면서 여행을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하였던, 청주에서 오신 부부들, 서울의 한 부부, 전라도에서 온 분들 그리고 포항. 네 지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오다 여행이란 공통주제로 한 공동체가 되어 53일의 여행을 함께하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모여 동방항공이란 비행기에 몸을 의탁하면서부터 여행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만나 시작된 여행. 여행사 일정에 맞추어 움직이면서 서로를 알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부부가 결혼 23주년을 기념하여 이번여행을 왔다는 말을 듣고는 그날의 여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 오지랖이 넓은 나는 현지가이드를 통하고 식당주인을 통하여 긴급 공수하여온 케이크로 그 부부의 결혼 23주년을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늘 살아가면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여행 중에 만나 분들이지만, 자나면서 옷소매 스치는 이승의 인연도 전생에 삼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 이승에서 스치며 지나칠 수 있다는데, 여행을 위해 오 일의 일정을 함께 한 인연이 어디 가벼운 인연이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케이크를 공수하여 축하를 해 드렸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공항에서 이제는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져야 하는 자리. 서로서로 수고했다는 말, 함께해서 즐거웠다는 말로 인사를 하며 악수를 나누며 정들자 이별이라, 이제 얼굴을 익힐만하니 헤어진다며 아쉬움의 정을 나눈데,

 

그런 석별의 정도 나누지 않은 채 그 부부는 어느 사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무슨 인사를 받자고 축하를 해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헤어지는 자리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하며 헤어졌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화로 제 말을 들으신 전라도 정읍에 거주하시는 수필가 승은 선생님이 선생님, 좋은 글 소재 얻었다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전해주시니 포근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 좋은 글 중에서 -

 

 

 

 

한해가 기울어가는 마지막 달을 살면서 열한달 걸어왔던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며 이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싶다는 바람과 다시 주어지는 한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자,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함없는 생활터전의 울타리를 훌쩍 벗어나 떠났던 이번 여행, 빗속에서 대협곡을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만남과 만남을 통하여 이런저런 점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다 되었습니다.

 

 

 

 

                                          벗이여, 어디 가서 를 찾는가

                                          나는 그대 곁에 있다

 

                                          내 어깨가 그대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절이나 교회에서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

                                         그런 곳에 나는 없다

 

                                         인도의 성스러운 불탑들 속에도

                                         회교의 찬란한 사원에도

                                         나는 없다

 

                                         어떠한 종교의식 속에도

                                         나를 찾아낼 수 없으리라

 

                                         다리를 꼬고 앉아 요가수행을 할지라도

                                         채식주의를 엄격히 지킨다 할지라도

                                         그대는 나를 찾아내지 못하리라

 

                                         그대가 진정으로 나를 찾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바로 이 순간에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벗이여, 나에게 말해 다오

 

                                         무엇이 신인가

                                         신은 숨 속의 숨이니라.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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