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강정마을을 지나며

心田農夫 2016. 1. 8. 19:08

 

                                                <길거리에 가로수 처럼 심어져 있는 귤, 하귤이라고 한다는 군요.>

 

 

제주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을 가기 위해 경남호텔 앞에서 공항버스에 올랐습니다. 제주를 떠남이 서운해서 일까? 어제까지 맑던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 어두컴컴한 가운데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경남호텔에서 공항까지는 한 시간 삼십분이 걸린다는 기사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리에 앉자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는데, 강정마을이란 소리에 책을 덮고는 김이 서려서 밖이 보이지는 않는 차창을 밖이 보이도록 닦고는 지나는 풍경에 눈을 돌렸습니다. 조금 지나노라니, 강정마을 해군관사 공사를 위해 처져있는 울타리 앞에 공사를 반대하는 많은 플레카드들이 어지러이 걸려있었습니다.

 

 

 

 

 

 

차도 바로 옆을 따라 쳐져 있는 울타리 안에는 아파트와 같은 해군관사가 우뚝 서있고 공사차량도 보였습니다. 울타리 밖에는 그 공사를 반대하는 플랜카드의 현란한 글들, 그리고 붉고 검은 흙들이 파헤쳐진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서 포격을 맞은 듯, 지진이 지나간 듯 한 어수선하기만 한데,

 

 

 

 

 

 

반대 차장으로 보이는 도로 위쪽의 강정마을은 아직도 미처 따지 못한 황금색 감귤 위로 방울방울 빗방울이 맺혔다 떨어지고 있는 모습은 평화롭고 고즈넉하기조차 한 전형적인 제주의 농촌의 풍경이었습니다.

 

 

 

 

 

 

넓지 않은 도로를 중심으로 아랫마을은 평화롭던 농촌의 모습은 간곳없이 사라지고 전쟁터를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도로 윗마을은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평온하기만 한 농촌 본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강정마을을 지나고 나서도 눈을 통하여 담겨진 아랫마을의 모습과 윗마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가운데 생각에 잠겼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발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개벌이고, 그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고, 그 누구를 위한 국가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국가에 대한 글

 

우리가 국가를 세운 동기를 생각해 보세. 우리의 국가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세운 것이 아니네.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지. 그러한 국가에서만이 정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정의가 발붙일 곳이 없는 것이네. 그러나 우리는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행복하도록 국가를 이끌어가야 하네.

                                                                      - 소크라테스 -

                                                                                                         플라톤의 국가론중에서

 

 

 

 

 

 

민주주의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을 학생시절에 책상머리에 앉아서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물론 선생님의 가르침 중에는 만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중요시 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러나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하는 것인데도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내세우는 다수결의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고 국가의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보았던 통계수치도 새삼 뇌리에 떠오르니 말입니다.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2007820. 실시. 강정주민 725명 참석, 반대 680. 반대 94%,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은 주민투표가 이루어 졌던 2007820일에 실시한 투표에 참석한 강정주민 725명 중에서 680명의 반대로 94%의 반대가 있었다는 소식을 언론매체를 통하여 듣고 보았던 것을 기억을 더듬어 옮겨 보았습니다.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는 국가라면 반대하는 주민들과 조금 더 진지한 대화(토론)을 통하여 강정마을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 거리에 심어져 있는 동백 나무에서 떨어져 인도에 있는 동백 낙화>

 

 

개발에 대한 글

 

자연이란, 인간이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거기에 순응해야 할 대상이거든

 

                    ----------- 중략 ----------

 

그러니까 사람들이 일을 만들어서 좋게 한다어쩐다 자꾸 인위적으로 하다보면 말이지, 그러다 보면 자연의 도리를 왜곡하고 결국은 인간이 자연을 이용해 먹겠다는 꼴이 되고 말지 않겠나. 자연이란 인간이 그 앞에 순응할 대상이지 부려먹을 대상은 아니란 말씀이야.

 

                    ----------- 중략 ----------

 

지금 자연을 보호한다고 저러는데, 보호한다고 손질을 하면 할수록 더 망가뜨리기만 하는 거지. 자연은 놔두면 스스로 작용을 한단 말이야. 자연이 스스로 작용하는 것을 일컬어서 도충이용지(道沖而用之)!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중에서

 

 

 

                                                        <위의 동백 낙화는 바로 이 동백나무의 꽃이있다.>

 

 

통상적으로 치열한 전쟁 중에도 적국의 문화재라 할지라도 문화재는 폭파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시에 안보라는 이름으로 강정마을 앞바다 해안 따라 1.2km를 한판으로 길게 뻗어나간 구럼비 바위는 제주자취특별법에 의한 절대보호지역이며, 국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442호 문화재 보호구역일 뿐 아니라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인 것입니다.

 

 

 

                                                            <육화로 알고 있는 꽃인데 길거리에 아름답게 피었다.>

 

 

이러한 지역을 국가가 안보를 내세워 폭파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구럼비 바위가 형성되는 과정을 아마도 감히 인간의 시간개념으로는 잴 수가 없는 기나긴 시간의 경과 속에서 자연스스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리라 사려 됩니다. 그러한 유규한 시간의 산물을 폭발물로 폭파 해버렸다는 것은 자연을 마치 인간의 이용할 대상으로 생각하며 개발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우리 어리석은 인간의 군상입니다.

 

 

 

                                                        <신 동백꽃이라는데 나무 전체가 붉은 꽃으로 덮혀있었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있는데, 다음정류장이 공항이라며 내릴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통하여 귀전에 전해집니다. 방송을 전해 듣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저런 상념을 버스에 남겨둔 채로 일상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서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신 동백꽃의 낙화가 나무 밑에 자리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위의 사진들은 재주 올레 6길을 걸으면서 마주한 자연 친구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