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술이 아니라 동무가 그리운 것이리라

心田農夫 2017. 3. 21. 17:03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는,

                                           악의 없이 남의 애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윤 안지, ‘지란지교를 꿈꾸며중에서

 

 



어제 저녁 해가 지고 땅거미가 어슴푸레하게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봄을 담은 비가 토닥토닥 내렸었다. 그것도 어둠이 내리는 시간 퇴근시간에 맞추기라도 한 듯 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마치 중독자 모양으로 술 한 잔의 갈증을 심하게 느껴진다.

 

한 잔의 술이 그리우면 술 있는 주막을 찾아가면 될 것인데, 선뜻 발걸음이 주막으로 향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갈급증이 한계에 미치지 못하여서 일까. 아니면 타고난 성격, 혼자서는 주막에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음에서 오는 쑥스러움 때문인가.

 


 


혼자 여가활동을 즐긴다는 나홀로족의 뜻을 담은 신조어를 혼족이라 한다지, 밥을 혼자 먹는다 해 혼밥, 혼자서 술을 마신다하여 혼술, 혼자서 영화감상을 한다하여 혼영, 그리고 노래방에도 혼자 가서 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즐긴다하여 혼곡이라 한다던가.

 

세대 차이에서 그런 것일까 혼자서는 높지도 않은 주점의 문턱인데 왜 그리 넘지를 못하는지 결국에는 갈급증을 참아야만 했다. 아마 우리 세대는 술이란 권하거니 받거니 하며 세상 살아가는 넋두리하기 위한 부속물일 뿐인 것이 술이 아닐까?



 


이렇게 치덕치덕 비가 내리는 날에는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술이 아니라 허물없는 친구인 것이다.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는, 악의 없이 남의 애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이런 친구와 같이 술 한 잔 나누며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도란도난 나누고 싶은 것이리라,

 

오전에 빤짝 비치던 햇빛이 검음 구름에 가려지더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어제처럼 토닥토닥 비가 내리고 있다. 창 너머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어제 가슴 깊이 가라앉았던 고향과 고향동무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살며시 고개 들고 보글보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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