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어제 없는 오늘 없고, 오늘 없는 내일은 없다.

心田農夫 2018. 7. 17. 15:01

                                   

                             나룻배와 행인(行人)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약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면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매일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음미(吟味)하고 명화(책에 있는) 한편 감상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스스로 자신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넘어가는 날이 많은 것은 게으름의 소치인지? 의지의 박약함인지? 모처럼 오늘 한용운님의 시집님의 침묵펴들고 위의 시를 음미하노라니 며칠 전 있었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벌써 그 집 식구들을 안지가 한 십 여 년이 되었지 싶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왔다가 알게 되었고 그 당시 그 집 경제사정이 참으로 어려웠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나누어 지불하게 해 달래고 부탁하기에 그러라 하면서 그 집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 후에 조심스럽게 우리아이들이 입던 옷이 깨끗한데, 괜찮다면 가져다 입히겠느냐?”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해 아이들이 커가며 작아진 옷을 세탁하여 주고 우리 아이들이 두 바퀴자전거를 새로 사면서 타던 세 바퀴자전거를 주기고 하고 조금 더 큰 자전거를 사면서 다시 두 바퀴자전가를 전해 주고는 했다. 그 위에도 이모저모 도움을 주면서 지내 왔다.

 

 

  

 

그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전기 소방 기술자인데 한 직장에서 오래있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는 것이 부인이야기 이었다. 그러다 2~3년부터 점포하난 얻어 무허가로 전기 소방 설비 하면서 경제사정이 좋아졌는지 차도 구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점포에 있는 전기 차단기 박스에 문제가 있다는 한전의 이야기를 듣고 의뢰를 했더니, 돈이 별로 안 되어서 일까?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오지를 않는다. 결국에는 45만원에 다른 사람에게 의뢰해 작업을 하고 말았다.

 

 

 

 

작은 도움을 주었다고 도움을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거저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안다고 일거리를 준다는 마음에 연락을 했던 것인데, 못 하면 못한다고 하던지, 돈이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던지, 무슨 말이던지 해야지 전화를 해도, 문자를 해도 묵묵무답이니 답답했었다. 한용운님의 나룻배와 행인을 음미하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라는 .시어(詩語)를 음미하다 보니 문뜩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 적어본다. 어제 없는 오늘 없고, 오늘 없는 내일은 없는 것인데, 그저 오늘만 생각하는 것 같은 젊은 부부의 마음씀씀이에 씁쓰름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