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살았다면

心田農夫 2018. 8. 16. 17:41

 

                                         창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뮬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

 

 

 

 

옛 선인들 스스로 썼던 묘비명을 읽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는 소리음이 들리기에 확인을 했더니, “부고 알림 장ㅇㅇ자문위원 별세 포항의료원 2. 발인 18. 협회 단체 조문 15일 오후 6시 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부고 문자였다. 고인(故人)은 경상북도의회 제10대 후반기 부회장을 지낸 3선 도의원으로 6.13지방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려 자신의 선거구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신청을 했으나 상대 후보의 단수 공천이 확장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3선을 했던 의원의 공천을 무시하고 그 지역 출신도 아니 다른 지역 출신에게 전략공천을 한 것이다. 상대 후보는 고인(故人)의 후배(後輩)였나 보다. 전략공천을 받은 후보(지금은 도의원이다.)는 포항시의회 의장을 지낸 3선의 시의원으로 이번에 첫 도의원에 도전을 했던 것인데, 자신의 지역구에서 인심을 잃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지역에서는 당선이 불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던지. 고인의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고인은 당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고 또한 후배에 대한 배신감은 고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갖게 했을 것이다. 거기다 3선을 하도록 밀어주었던 주민들에게도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도 당선되고 심지어는 어느 노인은 빗자루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상북도가 아니었던가. 앉으나 누우나 일분일초도 괘씸하고 억울한 통한의 분노 끓었을 것이다.

 

 

 

 

선거 후 몇몇 지인들이 고인을 찾아가서 이제 내려놓으라고 조언도 했으나, 고인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당함을 하소연했던 모양이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정치라는 것 권모술수의 장이 아닌가.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배도 없고 정도(正道)나 도리(道理)도 필요 없고 온갖 술책을 쓰며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가. 그런 정치의 속성을 3선을 하면서 알았을 터인데, 다음을 기약하던지, 아니면 마음을 비워야 했을 터인데, 계속 잡고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한에 처했던지 지난 3일 새벽 440분쯤 한 목욕탕에서 쓰러진 후 뇌사상태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단다,

 

 

 

 

문자를 받고 참을 안타까웠다. 용서는 용서받을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용서를 하는 것이라는데, 그 용서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용서이다. 고인은 그러지 못했다. 억울함, 배신감을 내려놓지를 못했다. 결국, 그 스트레스는 고인을 쓰러트렸고 생명마저 잃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부고 문자를 받고 확인하던 그 시각 읽던 글귀를 떠올려보며 생각해 본다.

 

 

 

 

                                  학문을 업으로 했으나 천기를 알지 못했고

                                  관직에 있었으나 시무에 통달하지 못했으니

                                  유모(孺慕)는 사람의 인륜에 부리를 두었고

                                  해바라기가 해를 향해 기우는 것은 본성 그대로였네.

                                  삶이란 남가일몽(南柯一夢)에서 깨어남과 같고

                                  인간의 일만 계책은 그림자 잡으라는 것과 같아라.

                                  저 학사산을 바라보니 산은 푸르고 물은 맑아서

                                  천추만세토록 혼백과 어우러지리라.

                                                     - 김응조 -

 

 

 

윗글은 부고 문자를 받기 전 읽고 있던 김응조의 자명이다. 김응조는 자신의 자명에서 일생의 모든 사적을 한바탕의 꿈이고 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고 적고 있다.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하여 공천을 받고 선배 지역에서 출마 당선된 그의 일생도 일장춘몽(一場春夢)이요. 고인도 낙선의 아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었겠지만, 잊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다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면 좋았으련만,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