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이명화
친구가 생각날 때
아련히 떠오르는
둥그런 얼굴 하나만
그릴 수 있어도
홀로 가는 그 길 외롭지 않습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이름 석 자만
간직하고 있어도
골몰길 들어서면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합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
언제라도 달려가
시린 손 맞잡고
상한 마음을 다독여줄
벗 하나 있으면
더 이상 우리는 실향만이 아닙니다
햇살 가득한 댓돌 위
잿물 발라 닦아놓은
고무신 한 켤레의 흔적만으로도
이제 우리는 고아가 아닙니다
샛별 같은 눈동자
세월 따라 깊었으니
가버린 날들 서러운 들 어떠랴!
동짓날 기나긴 밤
적막한들 어떠랴!
수필가 이명화 선생님을 알게 된 지도 어느새 강산이 바뀌었다. 이 선생님은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라는 수필집의 저자로 온라인 블로그에서 댓글과 답글로 인연이 되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계기로 글 벗이 되었다. 각박한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고 블로그의 글에다 서로 댓글과 답글을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오프라인에서 전화로 목소리를 듣다 서로의 사는 지역을 방문하며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이 선생님과는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는 글 벗이 되었다. 오늘도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지난해에 마지막 날에 나에게 시「추억」을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그에 앞서서 활동하고 계신 지역에 문인들과 함께 발행한 순수필동인지 『유리벽 넘어』라는 수필동인지 제4집도 보내왔다. 제1집을 받은 지 어제만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는가 보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어느 해인가 사시는 지역 문인들의 시집, 수필집, 등 7권의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 늘 이렇게 받기만 하다. 살면서 문뜩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었던 단상들을 모아 책 한 권 내어 보내드린 것이 전부이다.
작년 한 해 너무도 힘들게 지내는 것을 아시고는 위로의 글을 간간이 보내주고는 한다. 위의 시 「추억」도 그러한 한 내용인 듯하고 오늘 보내온 사진 속의 글을 보니, 역시 나를 위로하는 글인 것 같다. 오늘 보내온 카톡에 대한 답을 아직 하지 못했다.
신축년 1월 2일 날,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다짐을 했던 「넋두리」라는 글과 그날 촬영했던 일출 사진을 보내려고 한다. 올해는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한 해를 살아갈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이러한 글 벗이 있어 너무도 좋다.
글 벗 되었네.
碧石
댓글 정성에
답 글로 화답하며
가상공간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 이틀 사흘
강물 흐르듯 흐른 세월
새록새록 궁금증 쌓여
음성과 음성으로 담론 나누며
시나브로
우연이 인연으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가상공간에서 맺은 정
현실의 세계로 이어져
우애 나누는 글 벗 되었네.
'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이란 고립무원이 아니던가? (0) | 2021.01.12 |
---|---|
학연, 지연, 혈연사회의 비극 (0) | 2021.01.09 |
새해 벽두에 웬 넋두리 (0) | 2021.01.03 |
잊을 수 없는 마음 (0) | 2020.12.30 |
고향 친구, 객지 친구 (0) | 202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