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하여 생각하기

작은 대학 속에 큰 학문을 하는 곳

心田農夫 2021. 2. 14. 16:43

                                           신영복 선생은 학습(學習)이란 단어의 문자적 의미를

                                           “머리털이 아직 하얀 새끼가 날갯짓(習)을

                                           배우는 것(學)”이라고 설명한다.

 

                                                                     신영복·김창남 외『느티아래 강의실』중에서

 

 

 

느티아래 강의실은 올해 마음 치유로 계획한 읽은 책 다시 읽기 독서계획과 한 달에 한 권은 새로운 책 읽기 계획의 하나로 2월에 구매해 읽은 책이다. 책 내용을 잘 모르고 신영복·김창남 외라는 것만 알고 여러 명의 저자가 교육에 관하여 쓴 글을 엮은 것으로 생각해 구매했는데, 막상 책을 받고 나서야, 2008년 성공회대학 김성수 총장의 퇴임을 맞이하여 퇴임식다운 퇴임식을 못 한 터라 성공회대학의 교수들이 학교와 관계된 일상에 관해 쓴 글을 엮어 퇴임 기념으로 출판한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 역시 학교에 있는 느티나무를 제목으로 하여 신영복 교수가 섰고 책 표지의 그림도 신교수의 <우공이산>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공동 저자라 신 교수의 글을 읽고 싶어서 구매했다. 나머지 분들의 글은 덤으로 읽으리라는 생각으로 구매하였기에 조금은 실망(?)하였다. 신 교수의 책을 7~8권쯤 읽었고 갖고 있다. 그중 신영복의 엽서는 신 교수의 감옥에서 20여 년의 옥중 생활을 하면서 쓴 230여 편의 짧은 글과 엽서들을 모아 컬러 영인하여 원본을 그대로 살려 옥중 생활의 체취를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되살려 출판한 것이다. 이렇게 신영복 교수를 존경하는 독자이기에 한편의 글을 읽기 위해 구매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좀 실망했는데, 막상 한분 한분의 글을 읽노라니 꽤 괜찮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이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우리나라 대학 총장들에게 한 권씩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교수라고 목에 힘주는 교수 같지 않은 교수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언젠가 특강을 위해 우리 학교를 방문했던 한 지인은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또 어떤 지인은 학생들이 가끔 총장실을 찾아가

                                         커피를 얻어 마신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영복·김창남 외『느티아래 강의실』중에서

 

 

 

한국의 대학들은 권위 의식이 팽배한 대학이 아니던가? 실력이 있든 없든 정문으로 들어왔든 뒷문을 통해 살짝 들어왔든 일단 교수라는 직책으로 불리고부터는 학생들의 학점과 논문을 가지고 갑질을 하려고 드는 버릇이 적지 않다. 특히 이런 현상은 사립대학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그리고 특히 뒷문으로 부정적인 방법으로 들어온 실력이 형편없는 인간들이 더 갑질을 한다. 이 책 느티아래 강의실에 실린 각 학과의 교수들의 글을 읽어보면 위의 글에서 말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성공회대학은 성공회라는 기독교 제단에서 설립한 대학인데도 불구하고 신학과 강의가 성공회 교파의 호교적 신학 이론만 강의하거나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강의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교파 신학기관들로 인해 한국의 기독교가

                                           일치와 협력보다는 대결과 경쟁의 관계에서 왜

                                           신학교육을 지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파에 따라 선교 지원을 해준 국가 혹은 교회의

                                           신학전통이나 해석을 그대로 ‘번역’, ‘전달’하는 교육은

                                           비판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회대학은 처음부터 ‘열린’ 학문을 지표로 삼아

                                           포괄적인 새로 학문의 세계를 지향했다.…

                                           교육 과정은 신학에 국한하지 않고 불교, 유교, 동학,

                                           무속에 이르기까지 이웃 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를

                                           개설하여 그야말로 열린 종교교육이었다.

                                           이것은 다른 신학대학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영복·김창남 외느티아래 강의실중에서

 

 

 

                                                         <위 사진들은 포항 시립미술관에서 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영일대 해수욕장에 설치한 작품이다.>

 

 

순수학문을 지향하는 상아탑인 대학은 모든 사상과 사고, 이념의 자유로운 토론의 공간이 되어야 당연하다. 그리고 대학은 사회의 여러 가지 비리나 모순과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사고 함으로 성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 엘리트들의 주류 담론을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며 문제가 발견되면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에 대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대안을 제시하고 약자인 비주류 담론도 제약받지 않고 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상아탑이 되어야 한다. 이 책 느티아래 강의실을 읽어보면 이러한 논리가 표출되는 대학임을 알게 된다. 우리의 대학들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선생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고 직책인 교수라고 불리기를 한사코 원하는 인간들이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 이 책 속의 대학은 작은 대학이지만 큰 학문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