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다시 보니 반갑네

心田農夫 2021. 3. 16. 11:32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 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초판본과 나중에 구입한 책에 있던 법정 스님의 사진>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無所有)의 역리(逆理)이니까.

                                                                                                 <現代文學 1971. 3>

                                                                                  법정무소유중에서 무소유일부 옮김.

 

 

 

<초판본 무소유>

 

<보이지 않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올린 것이 2010312일이니 만 11년이 되었다.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에 스님의 무소유를 다시 읽어보려고 책을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을 하여 무소유一期一會를 주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보아야 할 책이 있어서 찾다 보니 책장 구석에 다소곳이 무소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그렇게 구석구석 샅샅이 뒤진다고 뒤져도 보이지 않았던 책이 눈이 띠었다. 참 반가웠다. 종이는 세월의 무게 견디지 못하고 누렇게 퇴색되었고 글씨는 가로쓰기가 아니라 세로쓰기로 되어있고 초판 발행은 19764월이고 1983년에 10판 발행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책은 10판 발행분인 것 같다. 책값은 700원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볼 때 격세지감(隔世之感)이었다.

 

 

 

<무소유와 함께 구매한 책>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법정 스님의 입적하였다는 소식에 그 당시 인터넷에서는 무소유를 수십만 원에 팔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어이없어했던 것이 어제 일만 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책 제목이 소유하지 않는다는 무소유가 아니던가. 아니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유하지 않은 다는 뜻의 무소유이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책 속에 소제목 무소유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요포(腰布) 여섯 장, 수저,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로 시작하면서 자신은 마하트마 간디와 비교해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그 생각을 글로 읽으며 나는 얼마나 많은 가지고 있나? 돌아보게 되었다.

 

 

<무소유 3판 인쇄본>

 

나라가 가난한 시대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청년기를 가난 속에서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책 한 권 사서 보려고 몇 날 며칠을 걸어서 학교에 가야 했고 그렇게 버스비를 아껴서 모아 책을 사면 서점에서 책을 자신들의 상호가 들어 있는 종이로 책 표지를 싸서 주는데, 집에 와서 그 표지 위에 다시 비닐로 표지를 싸서 보았다. 지금도 그 당시 책을 몇 권 갖고 있다. 그러한 가난 속에서 살아왔기에 자연히 검소함이 몸에 배어서 근검절약(勤儉節約)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고 싶은 책을 사는데 이제는 스스럼이 없다. 부자라서가 아니라 옛 시절에 비해 나라도 가난하지 않고 나도 젊은 시절처럼 책을 한 권 사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돈이 없어 보고 싶은 책을 보지 못한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다른 것은 절약에 절약하지만, 책을 사는 데는 절대 아끼지 않고 구매한다. 그렇지 않은가, 한 권도 갖지 않은 그 누구에 비해 나는 두 권의 무소유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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