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어리석은 질문, 우매한 답

心田農夫 2021. 3. 26. 15:38

                                               아전인수

 

 

                                               신체(身體)는 대인(大人)인데

                                               정신(精神)은 소아(小兒) 수준이네

                                               포청천인 줄 알았더니 이성계를 탐하네

 

                                               직무의 진퇴(進退)를

                                               후배들에게 물어보고

                                               그러고도 모자랐나 보다

                                               선배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물었단다

 

                                               이리저리 묻지 않아도

                                               지난 세월 살펴보면 알 일을

                                               전임자들 지시에 불복

                                               옷을 벗는 것이 당연지사 관례

 

                                               자신의 진퇴(進退)를

                                               남에게 묻는 인물을

                                               대인(大人)이라 할 수 있나

                                               소인의 아전인수일 뿐이지

 

                                               대인(大人)인 줄 알았더니

                                               철들지 않은 소인(小人)이였네

                                               정몽주인 줄 알았더니 정도전이었네

 

 

 

오귀스트 로댕 <생각하는 사람> 1880, 청동

 

매체를 통해서 우연히 접한 소식이다. 윤씨 성을 가진, 자신의 직무 내던졌던 그 사람이 며칠 전(319) 연세대 명예 교수이고 1세대 철학자라 불리는 올해 101세의 노() 교수를 찾아가서 교수님, 제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단다. 평생을 학자로 살아왔던 노교수도 그 어리석은 질문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 질문에 답을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애국심이 투철하고 헌법에 충실하려는, 민주주의에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을 했다는 것이다.

 

 

에두아르 마네 <투우> 1866경, 갠버스에 유채.

 

자신의 직무에서 사직해야 하냐 말아야 하는 것도 후배들과 자신의 직무를 선임했던 선배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물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국의 법을 집행하는 부서의 총책을 맡은 사람이 자신의 직무 사직에 관해 묻었다는 것은 그렇게도 결단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인생길 걷어 가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주위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거나 옳지 못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철학자인 노교수를 찾아가 무당이니 점집에서나 할만한 질문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게 보이고 그 질문에 답하는 노교수도 1세기 이상 살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고야 <카를로스 4세와 그 가족> 1799~1800 캐버스에 유체.

 

20대 때에 우연히 고() 안병욱 교수님의 수필집을 보면서 알게 된 분이 김 교수이고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의 책을 보면서 존경했던 분이었다. 안병옥 교수나 김 교수의 글들은 나의 젊은 시절 이정표의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교수의 책을 구매해 읽고는 했다. 2019년 그분의 책 백 년을 살아보니도 구매하여 읽었다. 노철학자는 평안남도 대동이라 곳에서 1920년에 태어났고, 일본 상지(上智)대학 철학과를 졸업해서, 연세대학교에서 30여 년을 후학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도 강연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성이시고 훌륭한 분임에는 의심이 없다. 그런 분이 약 80% 정도의 국민의 바람인 검찰 개혁을 개악이라고 하고 있고, 윤 씨를 애국심이 있고 그릇이 크다고 하면서 정치를 하라고 한다. 그런 김 교수의 말을 듣고, ! 이제 백 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반니 벨리니 <광야의 비탄> 1459 경, 페널에 템페라.

 

마치 철학관이나 무당에게 묻듯 묻는 내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라는 물음에 대한 철학자라는 분이 무당이 답하듯 애국심이 있고 큰 그릇이라며 정치를 해도 잘할 것 같다라고 답을 했다는 것을 보면서 어리석은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아전인수의 질문에 아전인수적인 답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철학자라면, “학자로 평생을 살아왔기에 정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주희(朱熹)대학에 수신제가(修身齊家)라 했고 그다음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 했으니 이 말을 거울삼아 자신을 돌아보고 이 말에 합당하다고 스스로 판단이 되면 결심을 해도 좋을 듯하다.”라고 했다면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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