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선생님의 정성이 담긴 국화 모종

心田農夫 2006. 7. 18. 10:46
 


주일 아침에 작은 딸아이가 교회에 다녀와서는

“아빠, 저것 심어주세요” 한다.

“무엇을 심어”했더니


화단을 가리킨다.

화단에 비닐봉지에 싸여있는

작은 화초가 눈에 들어왔다


“어, 국화네  어디서 나서 가져왔니” 하니

집사람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셨다는 것이다


한반에 36명이니 36개의 모종이다

집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많이 힘이 들었을 텐데

정말 굉장한 성의이시다


국화의 잎을 보니 중국이 아니면 대국 같은데

어찌 되었든 소국은 아닌 것은 확실한데


모종을 키우려면

가을에 국화가 꽃이 지고나면 잘라 버리고

뿌리에서 다시 솟아나는 싹을 일일이 따서

삽목을 해서 뿌리를 내린 후에


일회용 컵 크기의  비닐 화분에 일일이 한 촉씩

옮겨 심어서 이제 까지 길러 오셨을 텐데

그 정성이 담긴 국화모종을 보내주셨다


정말 너무도 귀한 선물이다

바쁘고 화초에 별 관심이 없으신

학부형들이야 귀찮은 선물일 수도 있으리라


아니 귀찮을 정도가 아니고

늙은(선생님은 59세이시다) 선생이

별스럽다고 하는 학부형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도 멋있는

선생님이시고 고마우신 선생님이시다


물론 나는 화초를 너무도 좋아 한다

그래 화초를 잘 길러볼 욕심으로

몇 년 전 주말부부로 생활을 할 때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진학을 하여 농학학사 학위도 받았다


그저 푸르름이 좋아 우리 집에는

작은 점포의 꽃집만큼의 화초들이  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림잡아 크고 작은 것을 합치면

약 백여 개 정도의 화분이 있다


베란다에 한사람 간신히 다닐 길만 나두고

작은 공간 양쪽에 층을 만들어

다닥다닥 붙여 놓다보니


하나하나의 화초마다의

개성은 무시된 채

작은 아이 말 대로

어찌 보면 지저분하게 보인다.


그러나 푸르름을 보는 그것이

오직 나의 취미요 낙이니 어찌하리.

작은아이는 매번 아빠 좀 가져다버리라고 한다.


그러던 아이가 선생님이 주셨다며

국화 모종을 가져왔으니 얼마나 기쁘던지

이제야 아빠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남들은 돈을 드려 실내장식을 한다 하면서

야단법석을 할 때


나는 화분으로 거실을 장식을 했고

방마다 예쁜 화분을 골라서

몇 개의 화분으로 삭막한 공간을 

푸르름으로 변화를 주었더니


이제는 작은 아이와 집사람도

조금은 나의 취미를 이해하는 것 같다

 

이런 나이다보니 선생님 보내주신

국화모종은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꽃삽을 들어 화단 한 모퉁이를 파내고

기쁨 마음으로 국화모종을 옮겨 심었다


선생님의 정성 대신

이제는 나의 정성을 담뿍 주어

선생님의 정성의 꽃이 가을에

활짝 피어나게 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