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 나무라십니다.
무덥던 한 낮의 더위가
해질녘부터 싱그러운 바람 되어
살랑살랑 애교라도 부리듯 손짓합니다.
늦저녁 소슬바람 유혹에
잠도 접어 놓아둔 채
바람 따라 길 따라
자욱자욱 발자국 남겨 봅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발걸음 무거워
아이들 잠든 동네 놀이터
공원벤치에 무거운 발걸음
내려놓았습니다.
살며시 어두움 스며들어
아득한 외로움에 젖게 합니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불빛 찾아
맥주 한 병, 쥐포 하나 들고 돌아와
어둠과 도란도란 이야기 합니다.
남들이 보았다면
주정뱅이 술꾼으로 보았겠지만
나에게는
그 또한 중년의 여유입니다
종이컵에 한잔 가득 부어
입에 대고 꿀꺽 꿀꺽 넘기다
무심이 보게 된 하늘
덕지덕지 심술먹구름
다 어디 가고
하얀 달님 손 흔들며
혼자 마시 나며 웃음 짖네요.
달님,
참으로 오래만이네요.
어디 다녀오셨나. 인사하니
왜 그리
날 잊고 사냐며 나무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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