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나도 빨래나 해 볼까

心田農夫 2006. 8. 19. 10:26
 

빨래를 하십시오.

             

            이 해 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 내며 튕겨 올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래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가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무덥던 날씨를 식혀 주시려고

비를 내려 주시는 것일까


시인의 말처럼

우울하게 하여

밀린 빨래를 시키시려는 것일까


고향을 떠나와 혼자 자취를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할 때였다

 

주일 아침이면 새벽기도를 다녀와

방청소를 하고는 한주일 동안 밀려던

빨래를 하고는 했다


울툭불툭한 빨래판을 경사가 지게

받혀놓고는 커다란 빨래비누를

빨래 감에 쓱쓱 문질러서는

두 손으로 비벼 빨면서


고향생각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생각도하면서

추억에 젖어 빨래를 했었다


빨래를 하노라면

왠지 옷이 깨끗해져서 그런지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그 깨끗한 마음 가지고

교회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보면


세상에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인 것만 같았던 시절이 이었다


분노, 미움,  이해,  용서,

역지사지 등 많은 단어들이


머리에 떠올라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고 했던

며칠 이였다


무심코 저번에 읽다 놓아두었던

시집이 눈에 띠어 펼쳐 는데

"빨래합시다" 다


우울한 날, 애인이 그리운 날

시인은 빨래를 하면서

맑은 마음과 웃음 짖는 애인의

얼굴을 본단다


기도도 하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용서도 해야 할 텐데

그것이 잘 안된다


혼자 자취  할 때를

회상해 보면서

나도 빨래나 해 볼까

 

그러면 나도

마음이 넓어져

용서를 하고 행복해져

기도도 저절로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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