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마음에 간직한 가을편지

心田農夫 2006. 9. 6. 13:19
 

마음에 간직한 가을편지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 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끼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이름 묻어오는 가을 기슭엔

수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 없어 소리 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을 고마워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