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빈손이 마음을 부끄럽게 만 한다.

心田農夫 2007. 1. 9. 15:32
 

이월 밤 남쪽 창을 열고


                 정향 김 미선


이월 밤

몰래 잠든 능선을 밟고 가다

산(山)이 끝나는 꿈의 지점에서

흩어진 구름 송이모아

남쪽 끄트머리

당신 집 대문 앞에 내리면

깊은 잠에 빠진 오롯한 당신

낯익은 예리성(曳履聲) 들릴런가.


이월 밤에

개 짖는 소리도 잠이 들고

바람마저 봄 수풀에 젖는 밤

장독간 사이사이로

산다화(山茶花) 툭툭 붉어지는

음향만이 삽짝까지 뻗치는데


새벽이슬조차 쉬고 있는데 누가

왔다 갔는지 당신은 알까

흔해빠진 헛기침소리 한번 내지 않으니

꿈의 밤하늘에 익어가는 빛의 그리움이여

별빛모아 영그소서.

당신 고이 영그소서.


          「내 앞에 열린 아침ㆍ6」중에서

 

 

 

 

 




빈손이 마음을 부끄럽게 만 한다.


시인의 시가 담긴  시집이 나오면

따스한 손의 감촉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줍음 머금은 새색시처럼

시인은 문 빠꿈이 열시고

당신의 시집을 건네주시고는 한다.


살아오면서 주고받는 선물

나는 그 선물 중에서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아니 내가 받으면 좋아 것들이지만

나 역시 주기 또한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화를 싹둑 잘라 포장한 꽃다발이 아니라

크기와 상관없는 화분에 담긴 화초이다.


그것이 관엽식물이든 야생화이든

난(蘭)이든 분재(盆栽)이든 상관이 없고

그저 화분에 담겨진 살아있는 화초이면

만족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책이다.

고서(古書)이든  신간(新刊)이든

철학책이든 시집이든 수필집이든

읽어 해롭지만 않고 저속한

내용의 책이 아니라면 좋다


더구나 저자 자신의 친필로 첫 장에

서명을 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리고 근래에는 받아보지

못 했고 주어보지도 못 해지만

한 십여 년전 인가


음악 감상 동우회를 할 때

서로서로 좋아하는 레코드판을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그 음악에 들어보고

다음 모임에 느낀 것을 토론?

그 음악에 대하여 감상소감을

이야기 하고는 했었다.


이제야 CD가 레코드판을 대신하지만

CD를 줄 사람도 없고 준다한들

한가하게 들을 시간의 여유도 없다.


동우회가 해체되고는

서너 장의 CD를

산 것이 다인 것 같고


시간이 있을 때 간혹 듣는데

주로 장사익선생의 음악을

듣고는 한다.


어째든 그 시절은 레코드판이나 CD는

귀한 선물임에 틀림이 없었고 

무척이나 반갑고 감사한 선물이었다.


이렇게 나는 책과 화분 그리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들의 선물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옆집의 시인은 이 범부를 잊지 않으시고

기억을 하셨다가는 ‘문학저널문인회원들의

시와 수필이 수록된 작품집

「내 앞에 열린 아침ㆍ6」

직접 친필로 첫 장에 서명을 하여가져다 주셨다.


항상 받아서 더 할 수 없이 기쁘기는 하나

주지 못하는 빈손이 마음을 부끄럽게 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