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비야, 아버지에게도 활력을 다오

心田農夫 2007. 3. 16. 16:25

 

 

 

 

 

 

 

 

 

 

 

 

 

 


 

정신없이 살다보니

몇 평 안 되는 베란다에도

나갈 여유의 시간이 없다.


아침시간 큰딸아이의 학교시간에 맞추어

등교시키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하고

늦은 퇴근으로 인해서는 피곤에 젖어 들어오면

거의 베란다에 나갈 일이 없다.


동남쪽을 향한 베란다에 따스한 온기 때문인지

밖의 날씨는 아직은 차기만한데

베란다의 가득한 화분들이 하나하나

봄소식을 안고 저 나름대로의 꽃망울을 터트렸다,


그러나

저렇게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이 핀 줄도 몰랐었다.


아버지 점심을 차려드리려고

그릇을 들고 식당에 들려서

평소에 좋아하시는 국을 사서

집에 들어가 차려드렸는데 

못 잡수시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시장하실 가봐 하던 일도 나둔 채

정신없이 차를 몰고 들어왔는데,


정성도 모르고 수저조차 들지도 않으시고

못 잡수시겠다는 것이 섭섭했고

좋아하시던 음식을 못 잡수실 정도로

몸이 안 좋은 것에 더 속이 상했다.



속이 상해서 답답한 마음에

베란다 문을 열고 나섰더니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가려서는

나를 보라는 듯 자태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큰 아이 방으로 가서 티카를 가져다 찍어보았다


 

지금 밖에는 이슬비가 내린다.

생명을 가진 저 비가 대지를 적시면

불쑥불쑥 새싹들이 솟아나겠지

 

생명의 비,

생동의 봄,

 

이 봄의 생기처럼,

저 꽃들의 상그러움처럼

희망을 가져다주는 봄이 되어

아버지도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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