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는 소리

心田農夫 2007. 4. 23. 10:36
 

현관을 나서는데도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목욕을 가시는 아버지는

간혹 토요일 출근길 방문을 여시고는


“애비야, 내 목욕 할 돈은 있는데

  애들 먹을 것을 사다 줄 돈이 없으니

“만원만 다오”하셨는데,

 오늘은 문도 아니 열리고 말씀도 없으시네.


그냥 “네”하고 드리면 될 것을 “먹을 것 많은데,

무엇을 또 사 오시려고요, 사오시드라도 조금만 사오세요.”

하고 이삼만 원을 드리면 하얀 이 내보이시며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레 웃으시며“고맙다”하시드니,


오늘은 방문이 열리기를 잠시 기다려도

닫힌 채 미동도 아니 한다.

곧 열린 것만 같아 서성이는 데


뒤에서 “아빠 안가요” 하는 딸아이의

목소리만이 등에 부딪쳤다 사라진다.


토요일이면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오는

손녀들이 안쓰러웠던지

햄버거 감자튀김, 통닭, 피자 그리고 중국음식 등


“오늘은 할아버지가 무엇 사줄까?”


손녀들에게 물으시고 손녀들이 사달라는 것을

시켜주고는 맛있게 먹는 손녀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로 주말을 보내시고는 하셨는데,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현관문을 뒤로하고 나서려니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애비야 나 만원만 다오” 하시던 음성이

귀전에 들릴 듯 하며 들리지 아니 한다.


“고맙다”하시며

 하얀 이 드러내시며 웃으시던

그 천진스러운 웃음을  어디서 다시 대할 수 있을까“



토요일이면 신이 났던 딸아이들 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거나 그립다는

말 한마디 없는 딸들이 왠지 밉기까지 하다,


퇴근길 페스트후드 점에 들려서

햄버거를 사들고 들어가 주니

너무도 맛있게 먹기에, 그렇게 맛이 있니 물으니

손을 내밀며 아빠도 먹어보세요. 한다.


너나 먹어라하고 돌아서 방으로 들어오며

손녀들의 저 모습이 보시고 싶어

멋쩍어 하시면서도


“에비야 돈만원만 다오”하셨나보다


적지 않은 용돈을 드렸는데도

늘 당신을 위해서 쓰시기보다는

손녀들에게 다 쓰시고 정작

당신을 위해서는 얼마나 쓰셨을까?


방문을 닫으며

“아버지 죄송해요” 혼자 소리하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 방바닥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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