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다시 한 번 --------

心田農夫 2007. 4. 24. 12:08
 

중학교 2학년 큰딸아이가

오늘 수학여행을 간단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기에

아침도 못 먹고는 집사람이 출근해 먹으라며 싸주는

김밥을 챙겨서 들고 서둘러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학교 가는 동안 차안에서 몇 가지

아이에게 주의와 당부를 하고는

학교근처에서 내려주면서


잘 다녀오라는 말과 손을

흔들어주고는 차를 돌려 출근을 하니

평소보다 한 50분쯤 이르게 도착을 했다.


혼자 김밥을 먹고 있노라니

점포에서 숙식을 하시는 옆집사장님이

바쁘지 않으면 건너오라고 해 갔더니


웬일로 일찍 왔냐고 물으면서

한잔의 녹즙을 건네주며 먹어보란다.

껄쭉한 것이 마시기에는 좀 그래 보였는데

보기보다는 상큼한향이 나면서 마시기도 괜찮았다.


마시면서 만드는 것을 보니

돌미나리를 넣고, 요구르트를 넣어서

믹스기로 가는 는 것이 아닌가.


녹즙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이아침에 아버지의 생각이 난다.


점점 식사를 못해서 기력이 쇠진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시게라도 해드리려고

과일을 갈아드리던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닌가.


귤, 사과, 배등 껍질을 벗겨서

믹스에 넣고 요구르트를 넣어서

갈아드리던 생각이 난다.


처음에는 그렇게 갈아드리면

힘들어 하시면서 그래도 잡수시더니

그것도 못 마시겠노라 하시기에


갈아서 거즈에 걸러서

마시기에 편하게 해 드렸는데도

한잔의 작은 양의 주스인데도

몇 번을 나누어 간신히 드시고는 했었다.


그때는 갈아드리면서도 번거롭다는

생각이 잠시 잠깐씩 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갈아 들릴

아버지는 안 계신다.


아무리 번거로워도 다시 한 번

아버지를 위해서 저렇게 믹스로 돌려서

과일의 즙을 내어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면서


눈가를 적시는 눈물을 숨기려 돌아서며 

잘 마셔다는 인사를 뒤로하고는 서둘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