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무렵에 울타리 회
재무국장인 후배가 찾아왔다.
들어오면서 하는 말이
“노인네 아직도 못 벗어났는가 보네,
아니 아버지 보낸 사람이 혼자뿐인가,
몸은 좀 어떤데요? “
“많이 낳았는데 아직은 좀 그렇다.”
“내일이 모임인데, 참석 할 수 있겠는 겨,”한다.
“몸이 어떻든 인사도 해야 하고 참석은 해야지,”
“형님 이제 그만 잊도록 해야 하지 않게는 겨, 한다.
“ 이사람 잊는다고 잊히겠는가, 너는 네 마음 모른다.”
울타리 회는 노년에 농사하겠다는 분,
또는 나처럼 화초를 좋아해서
농학을 공부했던 학우들의 모임이다,
60세의 대학교수님, 50대의 면장님, 30대의 회사원,
그리고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졸업을 하면서 혜여지기가 싫다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기로 하자며
서로 뜻이 같이해 모임을 결성하자고 정하고 명칭을 정할 때
한 친구가 형님들, 우리가 농학을 공부했으니
‘영어로 원예의 뜻인 horticulture’로 하자는 것이다.
horticulture는 17세기경부터 사용된 용어로 2개의 라틴어,
즉 hortus (= to enclose)와 cultura(= to cultivate)의
복합어(複合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hortus는 ‘둘러친다.’의 의미로
토지를 울타리로 둘러친다는 뜻을 가지며,
cultura는 ‘가꾼다.’의 의미로 식물을 재배한다는 뜻을 가진다.
따라서 horticulture는 울타리로 토지를 둘러싸고
그 안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우리들은 영어의 원예란 horticulture 보다는
울타리 안에서 힘들여 공부하던 그 때를 잊지 말고
우정이란 화초를 가꾸어 우정의 꽃을 피어보자는 뜻으로
모임의 명칭을 울타리로 정했던 것이다.
발족을 하여 초대회장으로 선출되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정기총회에서 회칙에 있는 연임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2년의 재임을 맡았던, 나에게는 남다른 애정이 있는 모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도 몸의 상태가 너무도 안 좋아서
출근을 하자마자 사무실 앞 의원에서
두 가지의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위독하시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고는 주사바늘을 빼고 정신없이 달려갔고
임종 후에 어찌 할 줄 몰라 하고 있다
현 회장을 맞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좀 도와 달라고 했을 때
현 회장이 현 재무국장과
내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
재무국장이었던 친구와 같이
세 친구가 지체 없이 달려와
하루 종일 많은 도움을 주고는
저녁이 되어서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조문을 와주었다.
오늘이 그 울타리 회 모임 날이다.
아버지를 보내고 정신없어 할 때,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와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던 친구들의 마음을 어찌 잊겠는가.
참석하여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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