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작은 깨달음

心田農夫 2007. 5. 8. 13:28
 

한 송이 카네이션 들고

방문을 여니, 어디에 가셨는지

텅 빈 공간 썰렁한 공기만이 나를 대한다.


아버지 쓰시던 물건은

아직 그대로 제자리에 있건만

방주인인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고

문갑 위 영전사진속에서 말씀 없이 나를 보신다.


한 송이 카네이션이 어이다

그 큰 은혜에 비 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 나마 이제는 가슴에 달아 들릴 수 없음에

한 방울의 눈물이 아버지의 영정 앞에 떨어진다.


마음 속 깊은데서 부터 올라오는 한마디

차마 입 밖으로 내지를 못하고

입안에서 새기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목구멍 속으로 넘기니

가슴 속에 메아리 되어 맴돈다.


어버이 날이면

아침 출근길 마중하시던 아버지에게

아버지 무엇을 잡수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녁에 일찍 퇴근해 저녁 먹으로 갈 겁니다.’ 하면

언제나 똑같은 말씀이셨다.

‘나야, 무엇 아무거나 먹지’

‘잘 다녀나 와라’


이제는 같이 모시고 나가 식사를 할,

아버지는 아니 계신다.

아직도 그 음성과 따스한 체온이 느껴만 지는듯한데

사진으로 만 뵐을 수 있음에 이 가슴 메어터진다.


오늘 다시 한 번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수 있는 부모님이

살아만 계셔도 행복이라고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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