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카네이션 들고
방문을 여니, 어디에 가셨는지
텅 빈 공간 썰렁한 공기만이 나를 대한다.
아버지 쓰시던 물건은
아직 그대로 제자리에 있건만
방주인인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고
문갑 위 영전사진속에서 말씀 없이 나를 보신다.
한 송이 카네이션이 어이다
그 큰 은혜에 비 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 나마 이제는 가슴에 달아 들릴 수 없음에
한 방울의 눈물이 아버지의 영정 앞에 떨어진다.
마음 속 깊은데서 부터 올라오는 한마디
차마 입 밖으로 내지를 못하고
입안에서 새기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목구멍 속으로 넘기니
가슴 속에 메아리 되어 맴돈다.
어버이 날이면
아침 출근길 마중하시던 아버지에게
아버지 무엇을 잡수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녁에 일찍 퇴근해 저녁 먹으로 갈 겁니다.’ 하면
언제나 똑같은 말씀이셨다.
‘나야, 무엇 아무거나 먹지’
‘잘 다녀나 와라’
이제는 같이 모시고 나가 식사를 할,
아버지는 아니 계신다.
아직도 그 음성과 따스한 체온이 느껴만 지는듯한데
사진으로 만 뵐을 수 있음에 이 가슴 메어터진다.
오늘 다시 한 번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수 있는 부모님이
살아만 계셔도 행복이라고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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