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번지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心田農夫 2007. 9. 11. 15:33
 

 

 

 


세미나 참석차 몇 년 만에

고향인 서울에 가기위해

고속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아

차창너머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

살포시 눈을 감고 아련한 옛일을 떠올려본다.


 포근한 미소 머금은 어머니의 얼굴과

교차하여 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이

안개 속 같이 아른아른 살포시 떠오르고


주마등처럼 동네 풍경 비치며

어린 시절의 동무들 모습이

영사기의 필름 돌아가듯

잠시도 쉼 없이 돌아간다.


고향 떠난 지 언 이십여 년

갈수록 찾는 회수 길어만 지고

이제는 가도 반겨줄 사람도 없다.


어머니, 아버지도 아니 계시고

그 예날 뛰어놀던 친구들도 간 곳없다.


시골의 고향과 달리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고 고향이라 가보면

어찌나 많이도 바뀌었는지

처음 와보는 곳인 양 낯설기만 하고

어느새 이방인 되고는 만다.


 내 고향 용산 삼각지

그 곳에는 우리나라의 최초의

입체교차로가 있었고

그 입체교차로를 주재로 노래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는

꽤나 히트한 노래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있어서

민간인보다는 군인들이 더 많은 곳

그 길을 따라 똑바로 걷다보면 

외국인들이 내국인보다 더 많이 거닐던 이태원거리


그러나 너무도 많이 변하여

눈에 익은 것이 별로 없다

돌아가는 삼각지라 불리던

그 입체교차로도 사라지고 없었다.


고향, 그곳에는

그리운 사람이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어제든 가면 만나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의 고향에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철없던 시절 뛰어놀던 동무들도 없었다.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고

번지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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