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정아란 이름의 여인

心田農夫 2007. 9. 14. 12:47

 

18938

 

 

 비가 부실 부실 내리는 날

그것도 낙엽의 계절, 가을에

YOU NEEDED ME를 듣고 있자면

생각나는 여인이 있습니다.


정아라는 이름의 여인입니다.

앙시라는 이름의 커피숍에서

주인과 손님으로 만난 여인입니다.


퇴근시간 쯤 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항상 그 자리에 앉자

비엔나커피를 주문했던 그녀.


한잔의 비엔나커피가

식어가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그녀가 기다려지면서

그녀의 자리를 항상 비워두었고

그녀의 대한 궁금함이 늘어가면서


지방주제 여기자인가?

글을 쓰는 사람인가?

시를 쓸까, 아니면 수필


카운터에서 가끔 슬쩍슬쩍 보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늘어만 갔고

그 글의 내용을 궁금해 하면서

혼자만의 작은 사랑의 싹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서울에서 관객에게 열렬히 사랑받던

연극 품바의 지방순회 공연이 있다기에


고향을 떠난 뒤 한 번도

연극무대를 찾아보지 못했던

갈증에 두 장의 표를 예매했습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오늘 같이 가을비가 내리던 그날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그녀가

YOU NEEDED ME의 감미로운 음악이

끝나가고 있을 즈음 카운터로 다가온

그녀가 나에게 계산서를 내밀었을 때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아주,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연극표 두 장이 있는데, ----”

말도 다 마치지 못한 채 

그녀의 표정을 살펴 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여인의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나서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징검다리 건너

서로의 사랑을 장미 빛의 붉은 하트로

서로의 마음에 새기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 붉디붉은 두 개의 하트가

사랑의 결실로 익어 갈 무렵 

질투의 화신, 몬태규와 캐풀릿은 

우리들의 하트에 중앙에

깊숙이 화살을 박았습니다.


사랑을 담던 우리의 하트가

산산이 부서져 떨어지면서

우리는 조각난 사랑의 하트를

보면서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오늘 같이 가을비를 보면서

YOU NEEDED ME를 듣고 있자면


포근한 미소를 머금던

아름다웠던 그 여인의 얼굴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짐을

그리움만 주고 흘러가는 저 비는

이 마음 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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