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담은 시집 한권
이제는 나일 먹어감인가,
아니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의 울타리 때문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방울방울 샘솟든
감정의 샘이 메말라서인가,
가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몸살을 앓다 보면
낙엽이 잠든 포도(鋪道) 위를
덧없이 걷고 걷다가
살며시 문 밀며 들어가
은은한 책의 향 깊이 마시며
그 향기 가득 가득담긴
시집 한권 손에 들려 나온다.
토닥토닥 발자국 남기며
다시 걷던 포도 위 낙엽
바삭 이며 살며시 귀전에
한 잔의 커피가 그립지 않느냐고
아주 작은 소리로 유혹한다.
예전 어느 가을날
덧없이 기차를 타고 가다
이름 모르는
작은 시골 역에 내려서
무심히 방향 없이 거닐다
눈에 들어오는
책방 문 밀고 들어서니
풋풋한 종이 냄새가
나그네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시집한권 사들고 나와
사각사각 낙엽 밟으면 걷던 작은 읍 거리
지하에서 소오솔 풍기는 커피의 향내에
다방이란 간판 따라 들어가
향기보다 맛을 잃은 커피한잔 앞에 놓고
한 편 한편 시를 마음에 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권의 시집도 사보지를 못하였다.
이 가을 몸서리치게 앓고 있는
나에게 시집 한 권 살며시
내미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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