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가을 담은 시집 한권

心田農夫 2007. 10. 6. 10:53
 


가을 담은 시집 한권


이제는 나일 먹어감인가,

아니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의 울타리 때문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방울방울 샘솟든

감정의 샘이 메말라서인가,


가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몸살을 앓다 보면

낙엽이 잠든 포도(鋪道) 위를

덧없이 걷고 걷다가


살며시 문 밀며 들어가

은은한 책의 향 깊이 마시며

그 향기 가득 가득담긴

시집 한권 손에 들려 나온다.


토닥토닥  발자국 남기며

다시 걷던 포도 위 낙엽

바삭 이며 살며시 귀전에

한 잔의 커피가 그립지 않느냐고

아주 작은 소리로 유혹한다.

 

 

 


예전 어느 가을날

덧없이 기차를 타고 가다


이름 모르는

작은 시골 역에 내려서

무심히 방향 없이 거닐다


눈에 들어오는

책방 문 밀고 들어서니

풋풋한 종이 냄새가

나그네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시집한권 사들고 나와

사각사각 낙엽 밟으면 걷던 작은 읍 거리

지하에서 소오솔 풍기는 커피의 향내에


다방이란 간판 따라 들어가

향기보다 맛을 잃은 커피한잔 앞에 놓고

한 편 한편 시를 마음에 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권의 시집도 사보지를 못하였다.


이 가을 몸서리치게 앓고 있는

나에게 시집 한 권 살며시

내미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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