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남자의 계절

心田農夫 2007. 10. 5. 10:14

 

 

 

 

 

 

  가을 노래

               이 해 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 내어 비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어제 퇴근을 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볼일이 근처에 있어서 걸어가기로 하고


아파트정문을 나서 걷는데 

어느 사이 인도에는 나뭇잎이 낙엽 되어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부는 바람 따라

이리 저리 자신들을 운명을 맡긴 채 뒹굴고 있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유난히도 가을 타는 나는 가을하면

그리움,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에

심한 몸살을 한다.


달랑 시집한권 들고

어딘가 떠나고 싶은데,

정작 갈 곳이 없다.


무작정 정처 없이

떠날 수도 없는 처지,

젊음을 그리워하며

긴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게 하는 이 가을


낙엽이 밞으면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구르몽의 시, 낙엽을 읊조리기를

괘나 좋아하던  소녀가 생각이 난다.


지금쯤은 나처럼 한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있을  그녀,

구르몽의 낙엽을 읊조리며

이 가을 다시 몸살에 빠져든다.




 

 


          낙  엽

                      구르몽


시몬, 나무와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란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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