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편지

心田農夫 2007. 11. 8. 13:05

 

 

이아침 모처럼 우체국가서

 

250원을 주고 우표를 사

 

사각의 봉투에 붙여 한통의 편지를

 

우체통속에 넣고 돌아왔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아니 어쩌면 사랑의 향기 가득한

 

분홍빛 편지를 받고 싶은지 모르겠다.

 

 

하이얀 편선지에 만년필의 뚜껑을 열고

 

은은히 풍기는 잉크 냄새를 맡으면서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좋고

 

돈독한 우정이 담긴 내용의 편지를

 

친구에게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이제 중년의 나이에 밤새워 써다 찢어버리고

 

다시 써보는 사랑의 편지를 보낼 곳도 없고

 

받아 마음에 담아 줄 여인도 이제는 없다.

 

 

세월의 흐름은 편지보다는, 이메일이요,

 

휴대전화로 숫자를 누르기만 하면

 

바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 누가,---

 

 

나도 오늘 편지를 붙친 친구에게

 

일 년에 한번정도 전화를 주고받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하는 마음이고

 

서로서로 바쁘다는 이유와

 

서울과 포향이라는 거리의 멀음도 있으리라.

 

 

사람이 이기적이라 했던가?

 

오늘의 편지도 새록새록 정이 담긴 것도

 

소식이 궁금하기는 해도 꼭이 그 때문만도 아니다.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전화로 부탁을 하는 것보다야, 하는

 

마음에서 부탁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돌아왔다.

 

 

 

 

                 바람에 부친 편지

 

 

  시집 한권 들고

 

  가을 찾아  나서다

 

  가을과 함께 간 그 사람 생각나

 

                       추억의 포도 위 거니는

 

                       빨아간 단풍 편선지에

 

                       외로움 허전함 그리움

 

                      그리고 보고픔 모두모두 담아

 

 

                                            보송보송 파란하늘

 

                                            새털구름 우정국

 

                                            한들한들 바람 우체통에 부쳐본다

 

어제 친구에게 편지를 쓰려고

 

그동안 쓰지 않고 필통에 넣고 다니던

 

만년필의 뚜껑을 열고 쓰려고 하니 잉크가 없었다.

 

 

워낙 만년필을 좋아하는 터라

 

아직도 가지고 있는 만년필

 

한 20년은 되었음직하다.

 

 

선물을 줄 사람도 없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을 해주겠다고 한다면

 

“만년필이나 하나 사주지”하고 싶어진다.

 

 

그 만년필을 선물로 주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으면 더욱이 좋으리라.

 

 

깊어가는 가을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깊어가는 밤을 책상머리에 앉아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잉크의 냄새를 맡으며

 

 

유치하지만

 

사랑의 단어들을 나열해보고 싶어진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나의 편지를 받을 주소를 줄 그 누구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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