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때로는 실망, 때로는 기쁨을 주는 아이들

心田農夫 2007. 11. 9. 12:00

 

요즈음 부쩍 힘이 든다.

이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그 누가 지라고 해서 진 짐들이 아닌데,

종합시험, 기말고사, 논문 예비발표 등등

한꺼번에 밀어닥치니 이만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런데다

상위권이던 큰아이 성적이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중간고사 후

한참 책을 보고 있는데 내 책상 앞으로 오더니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성적표를 내밀면서 싸인 을 해달란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니 절도 할 정도다.

 

자신도 혼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듯

얼굴이 굳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슴 속에서

“너 내 딸 맞아”

“아니 떨어져도 어느 정도지 이게 말이 되니”

등등 끓어 올라오는 소리를

목구멍에서 누르면서

입술을 통해서는 영 다른 말을 했다.

 

“ 아빠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현이 안 아프고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더불어 사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그것을 학교라는 단체생활에서 배우는 것이지,

성적이야 다음에 열심히 하면 오르겠지, "

하면서 싸인 을 해 주었다.

 

1학년 때는 긴장하여 열심이던 아이가

평준화가 된다고 그래서인지,

학교생활에 별 문제도 없는듯한데,

요즈음에는 긴장한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항상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공부하라는 말을

대신 하는 나는 스스로 하기를

늘 바라고 공부를 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기 싫은 것을 시킨다고 하는 것은

나 자신도 싫은데,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힘이 들 때 작은 힘을

두 아이가 며칠 간격을 두고 북돋아준다.

 

퇴근을 해서 들어가니 책상에

작은 아이의 상장이 놓여 있었다.

 

경북 초등음악 교과 회에서 주최한 제6회

동요 부르기 대회에서 중창부분

“금상”이라는 상장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에 똑같이 책상에

큰아이의 이름이 적힌 상장이 놓여 있었다.

 

“화랑문화제 포항지역대회”음악영역

“은상”이라는 상장 있었다.

 

때로는 실망도 안겨주었다

또 이렇게 기쁨도 가져다줘,

힘이 되어도 주는 것이 자식인가보다

 

많이 힘들어서 주체하기 어려운데

두 딸아이의 작은 상장이 이렇게

힘이 되어 주리라고 생각을 못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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