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바람에 날아 왔는지
스티로폼 박스가 주차장 담가에
하얀 속살을 들어 내놓고 있더니
저번에 비가 올 때
그 속살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
한가득 살포시 품어 앉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져서인지
오늘 보니 꽁꽁 얼 얼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자니
며칠사이에 변화가 참 많았다
어디서 왔는지
바람이 이끄는 데로 주차장까지 와서는
속살을 내비치이며 담가에 다소곳이 있더니
비가 내리니 그 비를 말없이 받아 안고 있다가
날씨가 추워지니 반투명의 얼음으로 변함을 보였다
한참을
그 스티로폼 박스를 보면서
저 박스가 나에게 세상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박스처럼 세상을 산다면
아옹다옹 싸움을 하지 않을 텐데
저 스티로폼 박스처럼
마음을 비운다면 여러 가지 세상사에
얽힌 것들을 비어있는 품에 안을 수 있으니
오해(誤解)니 이해(利害)니 다 필요가 없을 듯하다
비가오니 빗물을 받아 안고 있고
기온이 내려가니 기온에 따라 얼음으로 되었다
이제 따사로운 햇빛이 비추이는 봄이 다가오면
그 얼었던 몸을 서서히 녹이겠지 하고 생각을 하니
올 한해는 저 박스처럼 비가 외면 오는 데로
날씨가 추우면 추운대로 자신을 세상에 내 맡기며
세상의 흐름에 묵묵 따라서 살아야 갰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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