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학문은 왜 하는 것일까?

心田農夫 2008. 3. 31. 11:23

 

 

학문의 시작은 자각(自覺)부터이다.

자각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학문이 많다 해도

죽음의 노예에 불과하다.

 

우선 남을 보기 전에 나를 보아야한다.

거울을 들고 나를 보아야 한다.

 

거울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씀이다.

경(鏡)은 경(經)이다.

이 거울 속에 비춰지는 참 나가 있다.

                                  류영모,<다석어록>

 

 

논문을 쓰노라

이 책 저책을 펴들고 잠시 보다

다시 저책을 들었다 놓기를 수도 없이 반복을 한다.

 

어제도 온종일을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가,

불쑥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점포 앞이라고 하면서

물건을 찾으려고 왔으니

지금 올 수 없느냐는 것이다.

 

오늘은 쉬는 날이고

내가 사는 곳이 점포에서

멀리 떨어져있기도 하고 하여

다음에 들려주시면 어떻겠냐고 하니

 

자기는 직장이 매일 늦게 끝나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 밖에는 시간이 없단다.

그래서 택배로 보내 주겠노라고 했더니

자신이 직접 물건을 보아야

잘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알 것 아니냐 한다.

 

잘못 되었으면 다시 해주겠노라 하면서

주소를 불러달라고 해서 주소를 적었는데

결국에는 욕을 하고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 물건이라는 것이

대학졸업에 관계된 것이었다.

그래도 나이 들어 힘들게 공부를 하여서

대학을 마치면서 졸업 기념으로 한 물건인데,

 

나도 학문을 하는 입장인지라

갑자기 왜 학문을 하는 것 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분도 나이 들어서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마친 것 일진데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을까?

이제 40대 초반이나 중반의 나이 같던데

그렇다면 불혹(不惑)이 아닌가,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나이, 불혹

학자로 입문하는 대학졸업이라는 학식도 갖춘 분이

상식이하의 행동을 한다는 것이 참 어이없게 느껴졌다.

 

많이 속상하고 불쾌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한편으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