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너도 늙고 나도 늙는데, 어찌 하여

心田農夫 2008. 8. 29. 09:28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살며시 점포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며

말을 좀 묻겠다. 하신다.

 

얼른 나가 문을 열어드리고

부축을 해 소파에 앉혀드리고 말씀하시지요. 하니

꼬깃꼬깃 접은 것을 내밀며 “여기가 어디 유” 하신다.

받아서 펴보니 우리 집 영수증이었다.

 

“어르신 잘 찾아 오셨네요,

여기가 맞습니다. 하고는

물건을 내드리면서

"저번에 왔던 아드님하고 같이 오시지요" 말씀을 드리니,

 

“글쎄 말이유”

“내가 몰라서 한참을 찾았어.” 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할머니 연세는 83세이시고

혼자 생활을 하고 계시 단다.

 

“왜 아드님하고 같이 안사시고요?”

 

“요즈음 젊은것들이 어디같이 살려고 해

그저 여자가 잘 들어와야 하는데,

저번에 같이 왔던 아들은

막내라 하시며. 큰아들이 안모시니

형이 있는데, 막내인 내가 왜, 라고 한단다.

 

말씀도 어눌하게 하시는 것이

말씀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신다.

 

내가 보기에 저런 몸으로

혼자서 식사를 해서 드시기에는

힘에 부칠 것 같아 보이는데,

 

지팡이를 짚으시면서 간신히

한발 한발 걸으시는데,

어찌 식사를 손수 해 드시는지,

 

식사나 제대로 해 드실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마음이 답답해 왔다.

 

가시겠다고 하시기에

부축해서 문 앞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고맙다하시며 어린아이 걸음마 배울 때처럼

구부러진 허리에 지팡이에 힘을 실고

한발 한발 위태위태하게 걸어가신다.

 

할머니 젊었을 때에는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을 것이고

자식은 당연히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살아왔을 터인데,

 

그리고 그것이 효라는 개념도 없이

부모님을 모시면서 살았을 세대이신데,

 

그리고 자식 키우느라

당신의 노후는 준비초차 못하였을 것이다.

 

할머니의 가시는 뒷모습을 보니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집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게 둔 두 딸을 키우면서

막내며느리로서 마다하는 말 한 번 없이

십여 년을 홀시아버지를 모셨다.

 

간혹 “당신 아버지 모시느라 힘들지?” 하면

“내가 잘 해드리지 못하는데, 모시기는요

함께 사는 것이지요,

모시는 것은 잘해드리는 것이

모시는 것이지, “ 하고는 했다.

 

물론 때로는 힘들어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했지만,

한 번도 내가 막내데

왜 모셔야 하느냐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이제 아버지는 멀리 가시고 안계시지만

오늘 저 할머니를 뵈오니

집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퇴근길에 꽃다발이라도 사들고 들어가야겠다.

 

할머니의 뒤 모습을 한참을 보면서

“어르신 늘 건강하세요.”

혼자 속으로 말하면서 들어와 이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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