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心田農夫 2008. 10. 10. 12:00

 

 

“나는 시인이 아니다.

세상에 나와 마흔 다섯이

되도록 시라곤 써본 일이 없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나는 내 맘에 칼질을 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던

함석헌 선생님의 시(詩)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말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救命帶)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死刑場)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와 같이

추억이 묻어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에 사노라면

문뜩 문뜩 친구들의 정이 그립고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고는 한다.

 

 

나의 단점을 묻어주고

그 누가

무어라 해도

그의 말 보다는

“아니 그 친구는 그렇지 않아 내 잘 알지”하며

나를 믿어주는 친구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라는 물음에

과연

나를 믿어줄 사람 그 사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철없이 뛰어놀던

고향의 친구들 밖에는 없지 싶다.

 

 

그래도

50여년의 삶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

그런 친구가 나에게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친구 보고 싶은

아침이다.

 

'텃밭 속의 작은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시인(詩人)이라면  (0) 2008.10.13
달님과 벗이 되어  (0) 2008.10.11
무화과가 준 지혜  (0) 2008.09.25
가을이 가져다준 시집  (0) 2008.09.24
추억 만들기 함께하신 분  (0)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