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 아니다.
세상에 나와 마흔 다섯이
되도록 시라곤 써본 일이 없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
나는 내 맘에 칼질을 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던
함석헌 선생님의 시(詩)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말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救命帶)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死刑場)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와 같이
추억이 묻어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에 사노라면
문뜩 문뜩 친구들의 정이 그립고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고는 한다.
나의 단점을 묻어주고
그 누가
무어라 해도
그의 말 보다는
“아니 그 친구는 그렇지 않아 내 잘 알지”하며
나를 믿어주는 친구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라는 물음에
과연
나를 믿어줄 사람 그 사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철없이 뛰어놀던
고향의 친구들 밖에는 없지 싶다.
그래도
50여년의 삶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
그런 친구가 나에게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친구 보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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