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한 번 뵐 수 있다면

心田農夫 2008. 10. 25. 12:07

가을사랑

 

                  최 범 영

 

화톳불 가에 모여앉아

옛이야기 펼쳐 내보니

눈가엔 눈물과 흐름 속의 진실들만 스칩니다.

 

내 마음 받아 주지 않을 것 같아

꺼내지 못한 내 가슴앓이

님이여 그렇게 내 곁에만 있어 주세요.

 

세월도 지쳐 돌이킬 수 없는데

내 한숨은 술이 되고 노래가 되어

따스함이 퍼져 오는 공간을 채웁니다.

 

님이 있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날들을 위해

이렇게 난 님 앞에서 서성입니다.

가을도 깊어 낙엽의 흐느낌이 있는 숲속의 빈터에서

 

                              (단골 카페인

                              ‘숲속의 빈터’

                                          주인은 시를 참 좋아한다.

                                               어느 날 손님도 적던 늦은 시간

                                                               자신을 위해 써 달라는 청에 못 이기는 척 썼다)

 

 

 

 

 

 

위의 시는

「하눌타리의 외ㆍ사ㆍ랑」이란

시집에 들어있는 한 편의 시(詩)다

 

언제인가

한 5~6년쯤 되었을까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

“명함대신 드립니다.” 하면서

내밀어 건네주신 시집이다.

 

시인의 말씀처럼

시집에는 당신의 이력,

경력이 소상히 적여 있었다.

 

이학박사이시면,

시집을 주셨을 당시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재직 중 이라는

 

상세한 것 까지

시집에 적혀 있었으니,

명함도 이런 확실한 명함이 어디 또 있으랴

 

최범영 박사님은

나와 비슷한 연배이셨다.

같은 시대를 살아와서인지

시인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고

시인이 시에 담은 뜻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우연히 필요한 책을 찾다

눈에 띠어서 펼쳐들고 몇 편을

음미하다 그날을 생각하며 적어 본다.

 

그 날 후에는

다시 오시지 않은 그분

다시 뵙고 싶어짐은 시에서 공감이 되어

마음 한 구석에 다정함이 쌓여서 인가보다.

 

언제 뵐 수 있다면

탁주 한 뚝배기에 인생을 타마시면서

가을 밤 지새우며 세록이 정을 나누어 보고 싶다.

 

 

 

눈이 오신다는데

 

                        최 범 영

 

양반 양반 모두 양반

상놈이 다 사라지고

대학 대학 모두 대학

일터에 사람 하나 없네.

 

걸레든 행주든 훔쳐야 물건

양반 에헴 대학출신 어흠

공장은 갈수록 외국인 천지

밤이면 남녀모두 날마다 천국

 

기초는 지킬 사람 없어 뭉글뭉글

기둥은 흰개미 떼 아삭아삭

지붕은 외세바람에 흔들흔들

 

집주인은 내 배불러

큰 쌀독 비운지 오래

사람들은 모두다 오락가락

 

누가 주인인가 누가 손님인가

아는 사람 있으면 손들고 대답해 주소

애증을 떨치지 못한 못난 땡초

오늘도 겨울 오는 소리 한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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