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시(詩)가 떠올려 준 선생님의 얼굴

心田農夫 2008. 10. 31. 15:16

 

출근길

가로수들도

울긋불긋 색옷 차려입고

하나둘 나들이 가는 모습에

 

가을이

깊어 감을 알 수 있다.

 

곱게 차려입고

가지 떠나 나들이 가는

색색이 잎들 따라 훌쩍 떠나

고풍스런 산사의 가을을 만나고 싶다.

 

가을 맞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에

이 가을 시(詩)와 함께 하려고

두 권의 시집을 새로 맞아드렸다.

 

받아들고 펼친 것이

‘어느 날’이란 시였다.

 

‘어느 날’을

보고 있노라니

한 선생님의 모습이

여러 각도로 오버랩 된다.

 

작은 딸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담임이셨던 다정다감한 선생님.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시고

참교육 실현하기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에서

이시대의 보기 드문 선생님이고

스승의 표상이라고 해도 좋을 선생님이시다.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어느 날’을

다시 나직이 읽어 보았다. 

 

 

 교사수첩 15

 

 

   어느 날

 

                여 태 전

 

아이들보다

내가 더 공부하기 싫은 날

 

아이들보다

내가 더 놀고 싶은 날

 

왼 종일

창틀에 기대고

하늘만 보고 싶은 날

 

분필 하나만

달랑 들고 들어가

칠판에 짤막한 시 한편 적어놓고

 

아무 말

아무 표정 없이

구름만 보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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