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슬픈 기도

心田農夫 2008. 11. 24. 12:00

슬픈 기도

 

나 멋있지

나 좀 봐줄래.

 

샛노란 나의 옷이

저 쪽빛 가을 하늘과

너무너무 잘 어울리지 않니

 

그 멋진 자태

의기양양 뽐내더니

샛노란 옷은 어디다 벗어버리고

 

청승맞게

알몸으로 서서

앙상한 가지 하늘향하여

무슨 기도 저리 설게 하는지

 

가지가지마다

슬픔의 눈물 뚝뚝 떨구며 서있네

 

 

                                                          ( 포도(鋪道)위 쌓여 던 잎들마저

                                                     다 쓸어버려 그마저 볼 수 없었다.)

                                                       

  

이번 주의 첫 출근길

월요일 아침에 비가 내린다.

 

딸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가 엔

은행나무들이 양가에 서있다

 

늘 막히는 정체구간이라

차들 때문에 짜증스럽다가도

샛노란 은행잎이 가득 품어 안고

파아란 하늘 향해 서있는 당당한 모습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노라면

짜증스러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늘 편안하고 풍성했었는데,

 

어제 하루

집에서 쉬고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아침

똑같은 그 길을 가고 있는데

 

계절에 순응하는 것 인지

내리는 비의 심술 때문인지

 

불과 이틀 상관에

그 샛노란 잎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풍성함도

아름다움도 없이

하늘로 뻗은 앙상한 가지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는 이의 가슴을 우울하고 슬픔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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