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기도
나 멋있지
나 좀 봐줄래.
샛노란 나의 옷이
저 쪽빛 가을 하늘과
너무너무 잘 어울리지 않니
그 멋진 자태
의기양양 뽐내더니
샛노란 옷은 어디다 벗어버리고
청승맞게
알몸으로 서서
앙상한 가지 하늘향하여
무슨 기도 저리 설게 하는지
가지가지마다
슬픔의 눈물 뚝뚝 떨구며 서있네
다 쓸어버려 그마저 볼 수 없었다.)
이번 주의 첫 출근길
월요일 아침에 비가 내린다.
딸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가 엔
은행나무들이 양가에 서있다
늘 막히는 정체구간이라
차들 때문에 짜증스럽다가도
샛노란 은행잎이 가득 품어 안고
파아란 하늘 향해 서있는 당당한 모습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노라면
짜증스러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늘 편안하고 풍성했었는데,
어제 하루
집에서 쉬고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아침
똑같은 그 길을 가고 있는데
계절에 순응하는 것 인지
내리는 비의 심술 때문인지
불과 이틀 상관에
그 샛노란 잎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풍성함도
아름다움도 없이
하늘로 뻗은 앙상한 가지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는 이의 가슴을 우울하고 슬픔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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