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퇴근길

心田農夫 2008. 11. 6. 10:46

퇴근길을 바꾸어

산속 새로 뚫린 길을 택했다.

불도저가 산허리 끊고 도려내어

산속에 널찍한 길을 뻥 뚫어놓았다.

 

아직 길은 울퉁불퉁

차는 뒤뚱뒤뚱 흔들려도

산속 길가자니 반짝반짝 별님들,

방실방실 달님 친구 되어 길안내 해주신다.

 

어두운 길 한참을 가다

길모퉁이에서 비상 깜박이 커놓고

차문 열고 깜깜한 산속 길에 내려서

고개 들어 한참을 넓디넓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북극성ㆍ북두칠성

그리고 이름 모르는 많은 별들

그리고 한쪽에 비켜서 웃으시는 달님

 

어느 사이 나를 먼, 먼

그 옛날 철없던 그래서 행복했던

그 시절, 그 동네, 그 골목에 나를 데려다 주셨다.

 

 

 

 

 

                                                                 ( 선명히 보이던 달님이 작은 디카로 찍�더니

                                                                  하야던 달님이 누렇게 그리고 흐리게 나왔다)

 

 

 

고개 한번 들어 보았을 뿐인데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하늘을 본다.

매일 땅만 보고 살다

고개한번 들어 보았을 뿐인데,

 

그곳에는

아련한 추억이 있고

포근한 고향이 있고

낯익은 골목이 있고

다정한 동무가 있고

아직 철없는 십대의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

어머니, 아버지, 나의 형제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하늘을 본다.

매일 땅만 보고 살다

고개한번 들어 보았을 뿐인데,

 

그곳에는

잊었던 별이 있고

해앍은 달이 있고

순수한 꿈이 있고

가슴 벅찬 희망이 있고

마냥 행복한 십대의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내게 사랑을 주던 가족

어머니, 아버지 나의 형제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하늘을 본다.

매일 땅만 보고 살다

고개한번 들어 보았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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