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아침에 만난 시인

心田農夫 2008. 11. 27. 09:51

 

        나의 가난은

 

                                    천 상 병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의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정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음 그런 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한 잔의 커피와 두둑한 담배

그리고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음식

거기다 어디인지 날 데려다 줄

버스 값이 있기에 행복하다는 시인

 

“천상병은 천상의 시인이다.”

                   라는 말처럼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비한다면

어찌 하늘의 사람이라 아니 생각하리오.

 

시인의 대표적인 시

귀천(歸天)의 첫 연의 시작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로 시작하여

그 끝 연을 이렇게 맺고 있다.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을

저 천상에서 이 지상으로

잠시 소풍 왔다 간다고 생각하는 시인

 

한번 들어갔던 강물에

두 번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매일 매일이 똑같고 똑같은 것 같지만

결코 같은 날일 수없는 나날을 살면서도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들을 한다.

어느 사이 올 한해도 벌써

그 끝자락을 향해 숨찬지도 모르는 채

잠시도 멈추지 않고 영원의 세계로 달리고 있다.

 

이제 나의 인생에서

다시는 만날 수없는 2008년

며칠남자 않은 올 한해의 날들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겠다는 마음이다.

 

하늘로 돌아가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게

나의 생은 행복했노라고 말을 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