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귀 좀 기우려보시기를

心田農夫 2008. 12. 10. 12:40

으째사 쓰까

 

                             박 상 률

 

저절로 식기엔

너무도 속이 끊는다.

 

돼지 치라 해서

열두 달 길렀더니

새끼 돼지값 그대로고

 

마늘 심어라, 파 심어라

하라면 하란 대로

 

허리 꺾고 고개 숙여

손으로 부지런떨었으나

 

손품 값도 안 나오고

그냥 쟁기로

갈아엎으게 생겼다.

 

으째사 쓰까

으째사 쓰까

 

걸핏하면 구십년 대 이천년 대

들먹거리는데

참는 데도 한도가 있제

 

우리 것 갖다 팔지는 못하는지

외국 것은

잘도 실어 오면서

 

구기자 뿌리처럼

질기지 못했으면

살아남지 못하겠어.

 

으째사 쓰까 : ‘어찌 해야 할까‘의 사투리

 

 

 

 

 

 

위 시를 보니

농사를 짓는 처남 생각이 난다.

처남은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는데,

 

한동안 값이 좋던 귤이

너도나도 귤 농사를 하다보니

공급은 과잉이고 소비는 덜되니

 

값이 너무도 많이 떨어져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단다.

농원이 조금 한가할 때면 짬을 내어

 

틈틈이 트럭에 여러 농산물을

실고는 다니면서 장사도 한단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으니

 

몇 년 전에 고심 끝에

농원의 귤나무를 몽땅 잘라버리고

 

농협에서 융자를 받아 하우스를 지어

고급품종인 ‘한라봉’을 심었단다.

 

그런데 고가(高價)이던 ‘한라봉’의 값이

외국에서 값싼 오렌지 물밀듯 들여오니

그것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농협에서 대출 낸 금액의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시세말로 허리 꼬부라지게 일을 해도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벅차다고 한다.

 

이것이 어디 처남의 일만이겠는가.

 

손에 든 농기구 팽개치고

국회 앞에서 자신들의 소리 들어 달라고

농부님들 목쉬게 외쳐보아도 듣는 이 없고

그 소리 메아리 되어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데

땅만 보고 열심히 살 수 있게

법 만드는 분들, 정책을 펼치시는 높으신 분들

 

농부님들 없으면

당신들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제발,

당파싸움 그만들 하시고

우리농부님들

외치는 소리에 귀 좀 기우려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