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부질없이 걱정했나보다

心田農夫 2009. 2. 10. 15:02

걱정은 우리 문화에 만연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많은 현재의 시간을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데 허비하고 있다.

 

모두가 쓸데없는 걱정들이다.

한 순간의 걱정도 상황을 개선시키지는 못 한다.

사실 쓸데없이 걱정을 하다가는 현재를 내팽개치기 십상이다.

 

더욱이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한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랑이란 조건 없이, 강요 없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관계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중에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큰 딸아이에게

처음으로 공부를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해 왔다.

우선 내가 공부를 하기에 아이들도 하겠지 하는 것과

하기 싫은 공부를 하라고 한다고 하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큰 딸아이가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배정받은 고등학교에서 지난 2일,

1차 배치고사를 치렀고 6일 시험의 성적이 나왔다.

 

퇴근을 해 들어가니 집사람이 성적표를 건네주기에

받아 보니 의외로 예상 밖의 시험결과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배정받고

앞으로 3년을 다녀야 하는 길이기에

버스 타는 곳, 내리는 곳 등등 알려주려고

일요일에 딸아이를 데리고 배정받은 중학교에 갔었다.

 

학교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딸아이가

“아빠 포항여고가 어디에요?”묻기에

“왜?” 했더니 자기는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는 그 학교를 가겠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딸아이를 데리고 그 고등학교에 가서

교정을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딸, 아빠가 알기에는 이 학교에 오려면

반에서 10등 정도는 해야 하지 않니? “

했더니

“아빠, 반에서 10등 해서는 올 수 없어요.

전교에서 10정도는 해야 할 걸요?”한다.

 

목표가 있어서 일까

초등학교 때에는 그리 열심이지 않던 아이가

너무도 열심히 밤늦게 까지 공부를 하기에

그 때는 그만하고 자라고 했었다.

 

“남들은 공부 안한다고 야단인데

당신을 공부하지 말라고 하니

공부하라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하려고 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니 그냥 나둬요.”하며

집사람이 나를 말렸었다.

 

그래서 인지 중학교 2학년 초기

그러니까 이곳 포항이 평준화 발표가 있기 전까지

딸아이의 성적은 전교 상위권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공부를 해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고 추첨에 의해

학교배정이 이루어지다고 생각해서인지,

점점 성적이 떨어져 많은 실망을 주었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라는 말을 않았는데,

 

1차 배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딸아이에게 아무 말을 안했는데,

2월 23일, 2차 배치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기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내방에 데리고 들어가

이제부터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며

아빠는 네가 대학에 입학을 못 할까

걱정이 된다고 알아듣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 책을 보다가 위의 글을 보니

지난 일요일에

딸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했던 것도

어찌 보면 지금 공부를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삼년 후의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고 떠올리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 생각을 하니

부질없이 딸아이를 울게 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찌 그리도 무심한지?  (0) 2009.02.20
작은 천사로 보이는 구나  (0) 2009.02.17
오늘 하루는  (0) 2008.12.26
이젠, 그만 하세요  (0) 2008.12.22
고슴도치처럼,   (0) 200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