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그 날도 오늘 같은 비가 내렸다.

心田農夫 2009. 3. 13. 11:28

 

무엇 하나 한 것이 없구나.

 

다시는 돌아 올수 없다는

머나 먼 길 찾아 떠나시며

이승의 남기신 작은 징표

 

영원한 안식처

파라다이스에 고이 모셔놓고

뒤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

옮기는 걸음걸음마다

방울방울 눈물방울 떨어지네.

 

갓 낳을 땐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여 주시고

커가며 만들었던 걱정근심 다 떠안으시더니

먼 길 떠나시면서 까지

자식 앞에 눈물 보이지 마라

빗방울 내려 눈물방울 대신하게 하오시니

 

살아서도 못난 자식걱정

떠나시며 까지 불효자식 보살피시네.

 

험하디. 험한

먼 길 떠나시며 까지

이 자식 챙기시니

어이 이 은해 갚으리오.

 

아! 나,

무엇 하나 한 것이 없구나.

 

 

27864

 

 

 

 

 

지난 4일 날

한창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어댔다.

전화기를 들었더니

처제가 울면서

“형부,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한다.

 

1월에 몸이 조금 안 좋다고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가 진찰을 받았는데,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어야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주말에 시간을 내어 집사람과 아이들 데리고

생존에 한 번 뵈어야겠다는 마음에 다녀왔었다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은 몰랐다.

 

“처제 바로 올라갈게,”하고는

집사람과 연락을 하니

지금 올라가도 새벽에 도착하니

어차피 새벽에 가는 게 좋겠다고 하여

새벽차를 타기로 했다

 

삼일이 지나

고인이 남긴 작은 징표

유골함 속에 담아

파라다이스라는 납골 공원묘소에 모시고

돌아 나오는데,

 

동서가 한숨을 토하며,

“무엇 하나 한 것이 없구나.”탄식하며,

눈에서 방울방울이 눈물방울을 떨어뜨린다.

 

자식이 손자 앞에서 흘리는

눈물을 감추어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눈물방울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서의 어께를 감싸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그만 큼 했으면 잘 모신거야.

위로를 하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적었던 글이다.

 

그 날 같은 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다.

2년 전 삼월의 마지막 날에

나의 아버지도 먼 길을 떠나셨다.

 

삼오 날

아버지를 차디찬 땅에 홀로 계시게 하고

돌아서자니,

눈에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나의 눈에 눈물을 감추어 주려는 듯

 

그 날도

오늘같은 비가 방울방울 내렸었다.

아버지가

무척이나 그립고 뵙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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