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회상(回想)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心田農夫 2009. 4.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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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하니

그 동안 삶을 올바로 살아 왔나

그 동안 배운다고 나름대로 배웠는데,

과연 그 배움이 올바른 배움이었나.

암만 생각을 해보아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인간이면

인간의 도리를 배워야하고

인간이면

그 배운 도리를 실행하며 살아야 하는데,

인간의 도리는 배우지를 못한 것만 같고

그러니 인간이면서 인간의 도리대로 살지를 못한 것만 같다.

 

나이 먹어 감인가,

왠지 부모님의 기일(忌日)이 되면

남들처럼 지방(紙榜)도 써보고 싶고

그 지방 앞에 격식에 따라 제례음식도 차리고 싶고

차려놓은 음식 앞에서 부모님께 예를 갖추고 싶어진다.

 

어려서 이날 까지

제사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지금이라도 배우면 되겠지만,

우리의 전통제례라는 것이 워낙 손이 많이 가고

그 많은 손놀림이 다 아낙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준비가 쉽지가 않아서 선뜻하고자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린 두 딸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해야 했고

거기다 묵묵히 홀시아버지를 모셔왔던 집사람이다.

본인이 딱히

손위의 두형님이 계신데

막내인 내가 왜 모셔야 하냐고 말하면

나로서는 어찌 할 말 있겠는가.

 

“나는 모신다고 할 수 없어요,

잘해드리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모신다고 해요,

그저 함께 사는 것뿐이죠.”하던 집사람이다.

그런 아내에게

제사를 지내보자고 말할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어제가 아버지의 2주기(週忌)다.

작년에는 산소에 다녀와 저녁에는

아버지의 생존의 모습이 담김 비디오를 보면서 보냈었는데,

 

아침에 집사람이

“오늘이 아버님 기일인데,-----”

“그래 어떻게 해야 할지, -----

당신 퇴근하는 대로 산소에나 다녀오지,”했더니

그러잔다.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

“오늘은 일찍 들어와 저녁 집에서 드세요.

아버님이 좋아하시던 떡이나 준비 할 테니,”한다.

 

집에 들어갔더니,

몇 가지의 떡,

몇 가지 전(煎)을 준비를 해놓았다.

그래 내 방에 걸려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내려

식탁에 아버지의 사진을 가져다 놓고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사진 속의 아버지를 보면서

집사람과 나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일들을,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함께하였던 일들을

회상(回想)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격식을 갖추지도

예의 절차에 따라서

기일을 보내지는 못하였어도

그래도 그렇게라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나의 마음의 읽고

작은 준비라도 해주었던 집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아내

 

누구든 나 건드리지 마

한마디 뒤로하고

둥그런 얼굴 달님 되어

두둥실 떠오른다.

 

구십 가까운 시부(媤父)

병상머리 투정에

심신(心身)이 파김치 되었나 보다

 

막내라 싫다한들

나무랄 이 없다마는

못난 남편 만나 죄 값에

 

딸기다, 귤이다. 배, 사과 등

믹스 돌리고 돌려 마시게 하고

미음이다, 스프다 정성 담아

끓여내어 요모조모 챙기고

 

떡 좋아하는 시부 드리려

명절도 아닌데

송편 절편 증편 사러

떡집 문지방 넘나드네,

 

나이 들어 연로(年老)하면

어린아이 된다 하더니만

막내며느리 시름 깊어갈수록

홀 시부 어리광 늘어만 가네.

 

위의 글은

아버지 생존에 계실 때

어느 일요일에 아내가 “엄마 깨우지 마라.하며

피곤한 몸 누이자 맞자 잠들은 아내를 보면 적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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