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너무 멀리 왔네.

心田農夫 2009. 4. 3. 15:02

아버지와 자장면

 

                이 영 춘

 

내 어리던 날

아버지 손목 잡고

아장아장 따라가 먹던 자장면

오늘은

그 아버지가

내 손목 잡고 아장 아장 따라와

자장면을 잡수시네,

 

서툰 젓가락질로 젓가락 끝에서

파르르 떨리는 자장면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처럼 혈흔처럼

여기저기 툭툭 튀어

까만 피톨로 살아나네,

 

 

너무 멀리 왔네.

 

내 아버지 손

보듬어 모시고가

맛난 것 사드리고 싶네.

 

아니

내 아버지 손

이끌고 가자하여

맛난 것 사달라고

어리광부리고 싶네.

 

그나 이제

이도 저도 할 수가 없네.

 

아버지

훠이훠이 멀고 먼 하늘나라 가셨고

내 이제

세월 따라 넘실넘실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다가가니

철없던 시절

다시가기 너무 멀리 떠나왔네.

 

 

이영춘님의

아버지와 자장면이란 시를 보니

타임머신이라도 있다면,

철없던 그 시절로 가고 싶어진다.

 

가난하고 배고파 던

그 시절이지만

그곳에서는 사랑으로

나를 맞이해 주시던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문뜩 아늑한 세월

더듬어 철없던 시절로 가본다.

 

간혹 학교를 마치고는

아버지의 직장으로 무작정 찾아 가고는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언제나

“배고프지?”하시며

근처의 구멍가게로 데리고 가서는

삶은 달걀을 사주시고는 했다.

 

“야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하시던

그 음성이 들리는 듯. 그리워진다.

 

어머니는 늘 가면 안 된다고

나를 꾸짖기도,

달래기도 하셨지만

 

꼬맹이가

혼자 가기에는 멀었던 그 곳을

머릿속에서 삶은 계란을 그리면서

입속에서는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면서

아버지를 찾아서 가고는 했었다.

 

가기만 하면

한 번도 싫은 내색 안하시고

“막내 왔나, 혼자서 어찌왔노,”하시며

어깨를 툭툭 치시며

나의 손을 이끌고 구멍가게로 가셨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잡수시고 싶은 것

제대로 대접하지를 못하고

아버지를 멀리 떠나게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