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아버지를 생각하며

心田農夫 2009. 5. 8. 20:36

아버지가 꽃길 따라 훠이훠이 봄나들이 가신 것이

꽃이 피고 지고 하기를 벌써 두해가 흘러 지나갔다

 

어버이 날이면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여쭈고는 했다

“아버지 오늘 저녁에 밖에서 먹으려고 하는데

잡수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하고 여쭈어보면

매년 매번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나야 뭐, 아무거나 먹지”

 

우리부부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침이면 썰물 빠져나가듯

아이들은 각자의 학교로 향하고

집사람과 나도 각각 자신의 직장으로 향하고 나면

썰렁한 집안에 홀로 남으시는 아버지,

국수를 좋아 하시는 아버지는 밥통에 밥이 있고

반찬이 있어도 점심은 당신 손수 국수, 냉면을 해 잡수시고는 하였다

 

그것이 너무 죄송하고 송구스러워 하는 자식에게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는 아버지를 모시고

직장근처의 교회에서 하는 노인대학에 입학을 해 드려보고

아파트근처에 있는 노인정으로 모셔다 드려보아도 다음 날에는 안 가신다.

 

왜 안 가시려 하냐고 여쭈어보니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하신다.

연로한 탓이신지 연세가 들어가면서 점점 귀가 잘 안 들리는 연고로

집에서도 말씀을 드릴 때 큰 소리를 해도

무슨 말을 하는 줄 못 알아들으시고는 하셨는데,

남들이 들으면 자기 아버지에게 큰 소리 치는

못된 인간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었으리라

 

노인정에는

모여서 화투나 치고 술과 담배를 피우시는데

그 담배냄새가 싫다하신다.

그래 늘 혼자서 집에서 보내시고는 했었는데

 

어버이날

꽃집 밖에까지 내놓은

카네이션이 눈에 들어와도 살 마음이 없다.

허전한 마음 이어서 일까?

마침 일관계로 아는 어른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통화를 끝내면서

“어르신 혹시 점심 아직 안 드셨지요?”여쭈었더니

아직 전이라 하신다.

“어르신 조금 일찍 오시지요 했더니,”

식사를 하고 바로 오시겠다고 하시기에

“어르신 일찍 오시라고 한 것은

제가 오늘 점심 한 번 대접하려고요”하였더니

집에서 잡수셔도 된다 하신다.

 

식사 하시지 말고 오시라고 하고는 기다렸다 오시기에

잡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역시 아버지처럼 “아무거나”하신다

 

어르신 “보신탕 드십니까?” 했더니

안 드신단다. “그럼 회는 어떠십니까?”

“글쎄”하시기에 “그럼 삼계탕은 어떻습니까?”했더니,

“그냥 회로 하지”하신다

 

어르신을 모시고 근처 회집에 가

회덮밥으로 점심을 같이 하고 돌아 왔다.

맛있게 잡수시는 것을 보니 마음에 포근함이 깃든다.

회집을 나서며 “덕분에 점심 아주 잘 먹었어” 하시면서 가시는 어르신을 보니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그 어버이가 안 계시니 왠지 모를 허전함이 마음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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