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언제나 마음속에 계신 부모님

心田農夫 2009. 5. 11. 14:09

 

사진 속의 어머니

 

                  이 해 인

    

침방 안 책상 위에 세워 둔

사진 속의 어머니가

종종 말을 건네 오십니다.

 

‘오늘도 많이 늦었네?

피곤하지 않아?

어서 밥 먹어야지!’

 

어느 날은 슬프게

어느 날은 염려스럽게

또 어느 날은 가장 거룩한 모습으로

표정이 달라지시는 어머니

 

그날 있었던 일을

제가 다 말씀 드리면

“오, 그랬어?”하며

귀담아 들어주시던 어머니

 

지금은 사진 속에서

말없이 저를 바라보며

들어 주고 계시네요

제 깊은 마음속까지도

다 들여다보고 계시네요.

 

 

 

 

27869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 까지

사회복지사반 ‘요양보호사 교육’이 있는 날이다.

오전 강의를 듣고 나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기는 왜 그리 조린지 깜빡깜빡 졸았다 깼다

졸음과 타투고 있는데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살짝 들여다보았더니,

점포가 문이 잠겨있어 물건을 근처 집에

맡겨놓는다는 택배회사 직원이 보낸 문자였다.

 

도착한 물건이라는 것은

이 해인수녀님의 시집「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엄마」두 권이다.

수녀님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지으신 시들이

한권의 시집으로 샘터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일게 되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인터넷서점에서 두 권을 주문을 한 것이었다.

 

책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떠한 시들이 들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그리도 졸리던 졸음을 그 문자 한 통이 몰아내고 말았다.

 

교육이 끝나고 돌아오는데

무척이나 시장기가 들었음에도 식사는 뒤 전이요

책을 찾아다가 습관처럼 대강 흘어보다가

‘사진 속의 어머니’ 제목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했던가?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한가보다.

이 해인수녀님처럼 나도 사진속의

부모님과 매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

 

퇴근해 씻고 책상에 앉으면서

책상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사진 속의

아버지를 보고 인사를 한다.

“아버지 오늘은 무엇을 하고 지내셨어요?

혼자 심심하셨죠?”인사를 하면

  “아니 잘 지냈다. 아범은 어찌 지냈노?”

다시 물어 오신다.

 

 

한 보름 전쯤이다.

책상에 앉으며 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하는 데

왠지 그날따라 아버지가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 어머니의 사진을 아버지 옆에

나란히 같이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신지 오래되어 걸어 놓을 사진이 없었다.

그래 예전의 사진을 찾아 하나를 골랐다.

골라 논 조그마한 사진을 가지고 아버지사진과 같은 크기에

어머니의 사진을 만들어 같은 모양의 액자에 넣어 아버지의 사진 옆에

함께 걸어놓았더니,

아버지가 무척이나 좋아 하시는 것만 같다.

아니 아버지 뿐 아니라 어머니도 기뻐하고 계시리라.

진작 어머니 사진을 만들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요즘은 책상에 앉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만 하던 인사를 이제는 두 분께 인사를 한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딸아이들이 안쓰러워

될 수 있으면 딸아이들 공부하는 시간 동안 같이

책상에 앉아 책을 보려고 하니 이제 나이 타일까?

아니면 어디 목표를 두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긴장이 안 되어서 그런지 날마다 꾸벅꾸벅 졸기일수다.

 

졸음을 깨우려고 일어나 베란다 에 나갔다가 들어와

다시 책상에 앉으려다 보이는 두 분의 사진을 보니

어머니의 음성이 나즉히 들리는 듯하다..

"피곤한데 그만 자라,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역시

"그래 그만 자거라

나이를 생각하여야지 어떻게 아이들과 새벽까지 있으려고 하니,”

하시는 것만 같다.

 

다시 공부를 시작 했을 때 

자영업이다 보니 직장에서 늦게 귀가하여

새벽녘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녘에 깨셨을 때 불이 커져있는 것을 보시고는 늘 말씀하셨다.

“그만 자거라 건강을 생각하여야지

매일 그렇게 잠을 안자면 어찌하려고,”하시던

아버지의 음성이 아직 귀전에 맴도는데,

이제 그 음성을 들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나 먼 하늘나라에서나

부모님의 자식 걱정은 한날한시라도 잊지를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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