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님의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를
구입한 지가 2월인가?
아무튼 오랜만에 시집을 한권 구입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신경림 시인의 시집 「낙타」다.
주로 딱딱한 책을 보는 나로서는
시집의 시들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는 한다.
시를 음미하다 보면
나도 덩달아 시인의 마음처럼 순수해지는 것 같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순순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인지?
이번에 구입한 시집에
“아름다운 저 두 손”이란 시가
마음에 끌리었다.
아마 그 시가 마음에 끌린 것은
어쩌면 세상사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연일 떠들어대는 억 억 소리 때문이리라.
그 억 억 하는 억도 아마 두 손으로 넙죽 거머잡았으리라.
손은 손이로되
그 억을 잡은 두 손과 너무도 대조되어지는 두 손,
아름답게 보이지만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손
그러나 추하게 보이지만 결코 추할 수 없는 손
손과 손이라는 상관관계이지만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추함과 아름다움이란 대조관계이기도 한 손과 손
아름다운 저 두 손
신 경 림
소녀의 속옷을 들치고
부두에서 검은 물건을 나르고
저 두 손이
뒷골목에서는 열병도 앓고
죽음과도 맞닥뜨리고
오랜 방황 뒤에는
아내를 얻어 아이를
낳고 기르고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나 이렇게 살았노라
높이 치켜 들렸다가는
슬그머니 엉덩이 뒤에 가 숨는
저 두 손이
별이 뜨는 언덕에 꽃도 가꾸고
지상에 가득 나무를 심고
부끄러움을 심고
아름다움을 심고
부끄러운 저 두 손이
아름다운 저 두 손이
그래 어쩌면 부끄러울 뿐인 두 손,
그러나 그 부끄러울 뿐인 두 손이
우리 민초들의 손이 아니던가?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나 이렇게 살았노라
높이 치켜 들렸다가는
그만 부끄러워
슬그머니 엉덩이 뒤로 숨기는 것이
우리 민초들의 그 부끄러운 손인 것이다.
그 부끄러움이 나 자신의 부끄러움이지만,
한편으로 대견스러운 손이기도 하고
남들이 보았을 때는 너무도 아름다운 손이 아니던가?
그 두 손이
나의 아버지의 손이요, 나의 어머니의 손이요,
그리고 나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손이요,
장인어른과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아내의 손이 아니던가?
아내의 손 2
서 정 홍
저녁밥 먹다가
문득 눈에 띤 아내의 손
팔자에 복이 없어
아들만 둘 낳아
평생토록
손에 물마를 날 없겠다고
웃으며 내밀던 손
하루 여섯 시간 잘 때 말고는
밥 짓고 빨래하느라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밤 까고 도라지 까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손
나이보다
손이 더 늙은 아내
하루 여섯 시간 잘 때 말고는
밥 짓고 빨래하느라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밤 까고 도라지 까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손
그 손, 그 손에 물마를 시간이 어디 있고
그 손의 손톱에 언제 매니큐어 바르고 가꿀 시간이 있었는가.
습진이나 안 걸리면 다행이 아니었던가.
누구에게 보이기 싫은 손
그러나 억 억을 움켜잡던 그 손보다
울긋불긋 손톱에 치장한 그 손보다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아도
그 손안에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담겨있는 위대한 손이 아니던가.
그 손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만들어내고
쉼 없이 사랑을 만들어서 나누어주는 신비의 손인 것이다.
그 손은 결코 부끄러워서는 안 되고 부끄러울 수 없는 손, 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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