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손과 손

心田農夫 2009. 4. 28. 12:55

 

도종환님의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구입한 지가 2월인가?

아무튼 오랜만에 시집을 한권 구입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신경림 시인의 시집 「낙타」다.

주로 딱딱한 책을 보는 나로서는

시집의 시들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는 한다.

 

시를 음미하다 보면

나도 덩달아 시인의 마음처럼 순수해지는 것 같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순순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인지?

 

이번에 구입한 시집에

“아름다운 저 두 손”이란 시가

마음에 끌리었다.

아마 그 시가 마음에 끌린 것은

어쩌면 세상사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연일 떠들어대는 억 억 소리 때문이리라.

그 억 억 하는 억도 아마 두 손으로 넙죽 거머잡았으리라.

 

손은 손이로되

그 억을 잡은 두 손과 너무도 대조되어지는 두 손,

아름답게 보이지만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손

그러나 추하게 보이지만 결코 추할 수 없는 손

손과 손이라는 상관관계이지만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추함과 아름다움이란 대조관계이기도 한 손과 손

 

아름다운 저 두 손

 

                   신 경 림

 

소녀의 속옷을 들치고

부두에서 검은 물건을 나르고

저 두 손이

뒷골목에서는 열병도 앓고

죽음과도 맞닥뜨리고

오랜 방황 뒤에는

아내를 얻어 아이를

낳고 기르고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나 이렇게 살았노라

높이 치켜 들렸다가는

슬그머니 엉덩이 뒤에 가 숨는

저 두 손이

 

별이 뜨는 언덕에 꽃도 가꾸고

지상에 가득 나무를 심고

부끄러움을 심고

아름다움을 심고

 

부끄러운 저 두 손이

아름다운 저 두 손이

 

그래 어쩌면 부끄러울 뿐인 두 손,

그러나 그 부끄러울 뿐인 두 손이

우리 민초들의 손이 아니던가?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나 이렇게 살았노라

높이 치켜 들렸다가는

그만 부끄러워

슬그머니 엉덩이 뒤로 숨기는 것이

우리 민초들의 그 부끄러운 손인 것이다.

 

그 부끄러움이 나 자신의 부끄러움이지만,

한편으로 대견스러운 손이기도 하고

남들이 보았을 때는 너무도 아름다운 손이 아니던가?

 

그 두 손이

나의 아버지의 손이요, 나의 어머니의 손이요,

그리고 나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손이요,

장인어른과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아내의 손이 아니던가?

 

아내의 손 2

 

                서 정 홍

 

저녁밥 먹다가

문득 눈에 띤 아내의 손

팔자에 복이 없어

아들만 둘 낳아

평생토록

손에 물마를 날 없겠다고

웃으며 내밀던 손

 

하루 여섯 시간 잘 때 말고는

밥 짓고 빨래하느라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밤 까고 도라지 까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손

 

나이보다

손이 더 늙은 아내

 

 

하루 여섯 시간 잘 때 말고는

밥 짓고 빨래하느라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밤 까고 도라지 까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손

 

그 손, 그 손에 물마를 시간이 어디 있고

그 손의 손톱에 언제 매니큐어 바르고 가꿀 시간이 있었는가.

습진이나 안 걸리면 다행이 아니었던가.

 

누구에게 보이기 싫은 손

그러나 억 억을 움켜잡던 그 손보다

울긋불긋 손톱에 치장한 그 손보다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아도

그 손안에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담겨있는 위대한 손이 아니던가.

 

그 손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만들어내고

쉼 없이 사랑을 만들어서 나누어주는 신비의 손인 것이다.

그 손은 결코 부끄러워서는 안 되고 부끄러울 수 없는 손, 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