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그 시절 그 추억이

心田農夫 2009. 6. 9. 12:20

월요일에는 심리상담 강의를 듣기위해

학교에 가는 날이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므로

점포에서 이른 저녁을 먹던지 바쁠 때는

간단한 간식을 먹고 가는데

어제는 손님이 계셔서 요기를 못하고 학교에 갔다.

 

점심을 1시에 했으니

무척이나 배가 고파왔으나 참고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여 씻고

식탁에 앉은 시간은 10시 20분이었다.

 

한 10분쯤 후면 큰딸아이가 올 시간이다.

딸아이가 오면 같이 먹을까 생각을 하다.

너무도 시장하기에 기다리지 않고 혼자 먹었다.

 

내 먹는 모습을 앞에 앉자 보고 있던 집사람이 하는 말이

“무척이나 시장하였던 모양이네요”한다.

“1시에 점심을 먹고 장장 10시간이나 먹은 것이 없는데

당연하지, 왜?”했더니

먹는 양도 그렇지만 늘 식사는 천천히 하는 사람이

너무 빨리 먹는다며, 좀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항상 그렇듯이

배가 고프다가 먹으면

그 보상이라도 하듯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늦은 저녁을 먹다보니 평소보다 많이 먹었나보다.

먹고 나니 나른함에 나도 모르게 깜빡깜빡 졸다가

그만 누우면서 딸에게“30분후에 아빠 깨워라.”했더니,

“지금 누우면 내일아침까지 잘 거면서” 한다.

“마 그러니까 깨우라고 하지 않니,”

“알았어요, 깨워도 안 일어나면서”하면서 제 방으로 간다.

 

그래서

안 깨운 것인지 , 깨워도 안 일어난 것인지,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17분이었다,

시계를 보다 그냥 자야지 했는데 도무지 잠이 안 오기에

세수를 하고 공부방으로 가서 한참을 책을 보고 있자니,

졸음과 함께 하품이 나와 기지개를 켜고 났는데 ,

책꽂이에 있던 한권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행복한 마음」아라,

언제사서 읽었더라, 내용은 어떤 것이기에

제목이 행복한 마음이지? 하면 뽑아서 책장을 펴보았다.

책장 펴지 안쪽에 글이 마음을 끈다.

보던 영어책을 밀어놓고 읽어본다.

 

생각 만으로야 어찌 모르겠습니까.

마음 하나로 즐거움과 괴로움이 나뉘는 것을.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다스림의 저 밖에 있고

삶은 때로 질곡입니다.

여기 172가지의 짧은 이야기들이 빛나는 잎새로 모여

커다란 나무를 이루었습니다.

그 그늘 아래 당신의 영혼을 뉘어보십시오

동서고금, 사상과 종교의 분별을 넘은 이야기들이

맑은 울림으로 당신의 영혼을 두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땅위에 모든 물이 흐르고 흘러서

마침내 한 바다로 가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의 바다를 향해서 갑니다.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말 무슨 일을 하든,

다 이 행복의 바다를 향해 가고자 하는 생각이요, 말이며, 일입니다.

뭇 목숨 가지 이들이 마찬가지입니다.

행복, 그것은 모든 중생의 가장 크고 높은 목표요,

궁극의 의의입니다.

 

거기에 이르면 다시 더 나고, 죽고, 가고, 오고,

옳고 그르고, 좋고 싫고 등 말이 없고 일이 없습니다.

그동안 행복을 찾고 행복에 이르는 길을 걸어오면서

재미있게 보고 듣고 기억해 두었던 이야기들을 묶어

이렇게 책을 내 놓았습니다.

 

이 한마당에서 함께 듣고, 다시 새겨 보고,

같이 가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앞에 글과 뒤표지 글에 마음이 끌리어

책을 펼쳐드니, 글이 적혀있는 작은 메모지가 눈에 들어온다.

 

                                    < 예뻐 인기 많던 그 후배, 글씨는 꼭 남자의 글씨 같다.>

   

 

“김 선생님!

새해는 많은 인연과 새로운 계획으로

사업 성취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아, 그래 그 친구가 준 것이구나

큼직이 써내려간 글씨를 보니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은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쯤으로 나를 데려간다.

 

같은 과를 졸업한 선후배들이 모여 송년회를 하였던

그 당시 유행하였던 독일식을 모방한 커다란 생맥주 집이었다.

시끄러운 가운데 한참을 술잔을 주고받으며 한해를 돌아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에 정을 주고받으며 한해가 저무는 것을 아쉬워하는데,

옆에 앉자있던 노처녀 후배가 김 선생님, 하며 불쑥 내미는 것이 있었다.

 

“이게 뭔데?”했더니,

“책이어요.”한다.

옆에 있던 친구들 후배들이 한마디씩 한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냐,”

“야, 너 김 선배 좋아하는가 보지,”

“아니야 다른 사람은 책 안 좋아하잖아”

“야 나도 책 좋아 한다, 한번 줘 바라.”등등 말들도 많았다.

그래 그 때 받은 책이지.

 

받은 것으로 끝이면 그만인데,

받았으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살며시 자리를 빠져나와 근처의 서점을 찾아가

책한 권 골라서 포장을 하여 그 후배에게 주었더니

얼마나 떠들어대던지, 그때를 생각하자니 입가에 웃음이 난다.

 

책 한권 주고 나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무척이나 난처해하던

그 후배

지금은 5년 연하의 신랑 만나 결혼하여 열심히 살고 있다.

지금도 그 후배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〇〇오빠라고 부르면서도

나에게는 꼭 김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고는 한다.

그래서 언젠가 김 선배라고 하라고 했더니,

그 때부터 어떤 때는 김 선배라고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아직 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피곤한 새벽 그 시절 그 추억이 새벽졸음을 쫓아내준다.

 

27874

 

'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촌놈 한양가다 - 2  (0) 2009.09.16
촌놈 한양가다  (0) 2009.09.14
언제나 마음속에 계신 부모님  (0) 2009.05.11
아버지를 생각하며  (0) 2009.05.08
너무 멀리 왔네.  (0) 2009.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