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촌놈 한양가다

心田農夫 2009. 9. 14. 11:30

한양(漢陽)길

 

도포에 갓끈 질끈 동여매고

짊어진 괴나리봇짐 뒤에

미투리 대롱대롱 달아매고

터덜터덜 걸고 걸어 한 달 남짓이

한양(漢陽) 천릿길 이였는데

 

지고(至高)한 세종대왕

연두 빛 용안(龍顔) 두 점에

하늘빛의 퇴계 이황 선생님 존귀한 그림 아홉 점

찬란한 모습의 충무공 이순신장군 담긴 은빛 엽전 네 닢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들이미니

괴나리봇짐에 미투리도 필요 없고

질끈 갓끈 동여맬 일없이

한양 천릿길을

단 4시간하고 30분에

땅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한양하고도 강남에 떨구어 놓누나.

 

흐르는 세월에

덧없이 나이만 쌓여 가기에

세월아 가지마라 했던 적도 있건만

흐르고 흘러서 백년의 세월 흐르고 나더니만

한 달여의 시간을 단 4시간하고 30분으로 당겨 놓았네.

 

 

 

집사람의 검진을 위해

밤 12시 고속버스로 서울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놀라

쿵덕거리는 가슴 달래며

서울 사는 처제에게 전화를 걸어

종합병원에 예약을 해달라고 했는데

며칠 걸리라 생각을 하였더니

다음 날 아침 9시에 예악을 하였단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심야우등고속버스에

무거운 몸과 마음의 안고 서울로 향했다.

 

평소길 같으며 의자 뒤로 체치고

눈감고 짧은 단잠을 자으련만,

어둠 움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차창 밖을

초점을 잃은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예전 같으면 지루하였을 법도 한데

이런저런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니,

심야라 그런지 30분이나 일찍이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일세기 전만하더라도 한양 천릿길

참으로 먼 고도 먼 길이였을 텐데

발달에 발달을 거듭해 온

문명의 이기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세월을 단축시켜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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