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촌놈 한양가다 - 2

心田農夫 2009. 9. 16. 18:38

그래서 부부인가 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는데

호랑이한테 물려가는 것인지,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

갑자기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웬만해서는 내 직장에는 찾지 않는 집사람이

한낮에 찾아와

“나 큰일 났어 어떡해”

그 한마디가 호랑이도 태풍도 아닌데

안절부절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항상 초연(超然)하게 살아야지 생각을 해왔고

그리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초연(超然)

나 같은 범부(凡夫)가 생각 조차하는 것이 아닌데

감히 생각을 하고 입에 담았다는 것이 가소로울 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깨달았음에도 아닌 척 허울 좋게 말을 한다.

위로를 한다는 명목으로 핑계 삼아

“인간은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해

걱정을 한다고 병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병을 이기겠다거나

몸에서 쫓아 내갰다는 생각 말고

이미 몸에 생긴 병인데 어쩌겠어,

 

그냥 그래

너도 살자고 내 몸 안에 들어 왔으니,

우리 사는 날까지 같이 살자하고

편하게 마음먹어 그리 살아야 해 그것이 순리야.”

“선생님 말씀이 수술하면 괜찮다고 하지 않아,

 

괜한 걱정이 스트레스야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야

그러니 마음 편히 먹어

그래도 당신은 다행이야 그래 생각을 해“

 

말은 청산유수(靑山流水) 다

속은 점점 검게만 타 들어가는 면서도

입에서는 거짓말이 줄줄 꿰차고 나온다.

집사람 한마디 한다.

 

“나 걱정 안 해요

나보다도 당신이 더 걱정하는 것 같은데 뭘”

 

우리는 서로 깊은 속마음이

검게 타들어가는 것을 숨긴 채

겉으로는 마음과 다른 말을 하면서도

서로를 위한 위로의 말로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우나 고우나 부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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