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부인가 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는데
호랑이한테 물려가는 것인지,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
갑자기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웬만해서는 내 직장에는 찾지 않는 집사람이
한낮에 찾아와
“나 큰일 났어 어떡해”
그 한마디가 호랑이도 태풍도 아닌데
안절부절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항상 초연(超然)하게 살아야지 생각을 해왔고
그리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초연(超然)
나 같은 범부(凡夫)가 생각 조차하는 것이 아닌데
감히 생각을 하고 입에 담았다는 것이 가소로울 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깨달았음에도 아닌 척 허울 좋게 말을 한다.
위로를 한다는 명목으로 핑계 삼아
“인간은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해
걱정을 한다고 병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병을 이기겠다거나
몸에서 쫓아 내갰다는 생각 말고
이미 몸에 생긴 병인데 어쩌겠어,
그냥 그래
너도 살자고 내 몸 안에 들어 왔으니,
우리 사는 날까지 같이 살자하고
편하게 마음먹어 그리 살아야 해 그것이 순리야.”
“선생님 말씀이 수술하면 괜찮다고 하지 않아,
괜한 걱정이 스트레스야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야
그러니 마음 편히 먹어
그래도 당신은 다행이야 그래 생각을 해“
말은 청산유수(靑山流水) 다
속은 점점 검게만 타 들어가는 면서도
입에서는 거짓말이 줄줄 꿰차고 나온다.
집사람 한마디 한다.
“나 걱정 안 해요
나보다도 당신이 더 걱정하는 것 같은데 뭘”
우리는 서로 깊은 속마음이
검게 타들어가는 것을 숨긴 채
겉으로는 마음과 다른 말을 하면서도
서로를 위한 위로의 말로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우나 고우나 부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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